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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 미국선 깨알 공시, 한국선 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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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 미국선 깨알 공시, 한국선 대강

입력
2018.01.21 15: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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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10곳 중 8곳 경영진단의견서 부실 공시

한ㆍ미 동시 상장 8곳, 한국엔 MD&A 기재 비중 2.6% vs 미국은 20.5% 차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과 미국에 동시 상장된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이 미국에선 경영 정보 등을 상세하게 공시하면서도 국내에선 형식적인 보고서를 내는 이중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장사 10곳 중 8곳은 사업 보고서에 경영진이 직접 적는 회사 경영정보도 부실하게 작성했다.

21일 금융감독원이 한국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기업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동시 상장법인 등 51곳의 2016년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무려 42곳(82.4%)이 ‘경영진단의견서(MD&A)’ 기재 내용에서 ‘부실’ 평가를 받았다. 형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곳도 13개사(25.5%)나 됐다. MD&A란 사업보고서에 경영진이 회사의 경영상황과 불확실성 등을 서술식으로 공시하는 것으로, 1997년 경영진과 투자자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무엇보다 사업보고서에서 MD&A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낮았다. 시총 상위 10대 기업조차 이 비중이 2.7%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26%)의 10분의 1 수준이고, 일본(7%)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기업별로 봐도 시총 1위 삼성전자조차 이 비중이 2.5%에 머물렀다. 반면 미국과 일본의 시총 1위 기업인 애플(19.7%)과 도요타(13.9%)는 이 비중이 두 자릿수를 넘었다.

더구나 미국에도 상장돼 있는 8곳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사업보고서 형태의 공시서류에선 MD&A를 기재하는데 무려 20.5%(34페이지)나 할애했지만 국내에선 이 비중이 2.6%(13페이지)에 불과했다. 해당 기업은 한국전력, 포스코, LG디스플레이, SK텔레콤, KT,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우리은행 등이다.

세부 기재 내용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가령 A사의 경우 한국의 사업보고서에는 자산, 부채 규모 등 변동현황을 숫자 위주로 기재하는데 그친 반면 미국에 제출한 사업보고서에는 판매량과 가격 변동 등 민감한 사안은 원인 등을 서술식으로도 설명했다. 재무상태와 영업실적도 변동원인 등을 20페이지 분량으로 상세히 적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금감원이 조사 대상 51곳 중 45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기업들은 MD&A 기재 강화가 “불필요하다”(29곳)거나 “어렵다”(11곳)고 답했다. 중요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돼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 관계자는 “MD&A는 핵심 기재사항이자 주주 중심 정책의 일환임에도 기업들이 형식적으로 기재하고 있다”며 “오는 3월 말 2017년 사업보고서가 제출되면 이를 재점검해 미흡한 점은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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