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자들이 거래 사이트 서버 장애로 재산 피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증거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02단독 강영호 판사는 권 모씨가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 코빗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권씨는 작년 5월 코빗을 통해 보유 중인 가상화폐 ‘이더리움 클래식’ 100여 개를 산 후 당일 개당 4만9,900원에 팔아 이익을 챙기려 했다. 하지만 거래소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어 결국 절반 값도 안 되는 2만420원에 매도했다. 권씨가 주장하는 손해액은 약 310만원이다.
코빗 측은 권씨가 매도 가격을 잘못 설정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일 뿐 전산 장애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손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투자자 이모씨가 낸 소송도 증거부족을 이유로 기각됐다. 이씨는 2016년 5월 코빗의 전산과 보안상 문제로 본인 의지와는 상관 없는 조건에 거래가 체결돼 1,300만원 상당의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금융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에 해당되기 때문에 수수료 4만원만 내면 사업자 등록이 가능하다. 최근 가상화폐 투자열기를 타고 영세업체들까지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자본금 확보 등의 규제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거래소를 상대로 직접 소송에 나서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경우 작년부터 올해까지 제기된 손해배상 또는 부당이득 반환 소송이 20여건에 달한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