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내 대 IS 작전 치른 ‘시리아민주군’ 핵심전력
쿠르드 향한 터키 공세에 러시아 묵인, 미국도 뒷짐
나라를 세우기 위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의 최선봉에 섰던 쿠르드족이 이라크에 이어 시리아에서도 ‘토사구팽’ 위기에 처했다. IS가 사라지고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세력을 지지하는 강대국들 사이에 이해득실 계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터키가 전격적으로 쿠르드 무장세력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
외신에 따르면 터키는 20일 ‘올리브가지’로 명명한 작전을 개시,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가 관할하는 아프린 등 시리아 북부 지역에 대한 폭격을 감행했다. YPG측은 이번 폭격으로 최소 10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튿날인 21일에는 터키 육군이 시리아 내 친터키 반군과 함께 아프린 지역으로 진입했다.
터키가 국제법을 무시하고 국경 넘어 시리아 지역을 공격한 것은 쿠르드족이 미국이 인정하는 거점을 시리아 북부에 구축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포석이다. IS토벌전의 대가로 미국은 YPG를 중심으로 구성된 쿠르드 계열 시리아민주군(SDF)이 독자 세력을 구축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7일 SDF 병력 3만명을 국경방위 목적으로 육성하는 데 지원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독자 병력을 갖게 되면 쿠르드족은 사실상 자치령 수준의 지위를 얻게 된다. 터키 내부 쿠르드족 정파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테러단체로 규정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으로서는 악몽인 셈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공으로 쿠르드족의 희망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빠졌다. 러시아와 미국이 모두 태도를 바꿔 터키 공세를 묵인하고 있다. 러시아는 아프린 지역에서 병력과 물자를 철수하고 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마저도 그 동안 이뤄진 SDF에 대한 지원에는 (자치령 건설 등) 다른 목적은 없다고 한 발 빼기 시작했다.
쿠르드족은 격앙하고 있다. 시리아 북동부 라카와 만비즈 등을 IS에게서 탈환한 것은 SDF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웃 이라크에서 당한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이라크 중앙정부는 키르쿠크 등 북부 요충지를 점거하고 있던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정부 세력을 몰아낸 바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니컬러스 헤라스 연구원은 “아프린 위기는 미국 당국자들이 시리아에 얼마나 무신경한 태도를 보이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 내 쿠르드족의 탈출구는 역설적으로 현 시리아 정부를 이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에르도안과 사이가 좋지 않은 아사드는 터키의 세력 강화를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쿠르드족이 점거한 유프라테스강 북쪽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대신 자국 영토에 개입한 터키를 몰아내는 데 협조를 구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실제로 시리아 정부는 터키의 최근 공세를 내정 간섭으로 비난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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