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이 24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창당 첫 돌을 맞이한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사태를 전후해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등장한 바른정당은 창당 초기 33명의 의석수로 출발해 현재는 9명이 된 상태에서 슬픈 생일상을 받아 들게 됐다. 이에 바른정당은 최근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희망의 계기로 삼고 통합개혁신당을 돌잡이 메뉴에 올려놓게 됐다.
바른정당은 탄핵 시국의 책임 논쟁 끝에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김무성⋅유승민 등 비박계 의원들 중심으로 탄생했다. 2016년 말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이후 새누리당 내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한 비박계 의원들은 탈당을 감행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더 이상의 보수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석수 31석. 명실상부한 원내 4당이었다.
바른정당은 1월 24일 중도보수의 깃발을 높이 올렸다. 이후 홍철호⋅지상욱 의원이 추가로 합류하면서 의원수는 33명으로 늘기까지 했다.
시작은 좋았다.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의 실체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를 비호하려는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외면당했다. 반면에 보수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를 구한 바른정당은 그간 새누리당에서 볼 수 없었던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게다가 국정농단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발족하며 수많은 스타들도 배출됐다. 특조위원장을 역임한 김성태 의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쥐락펴락했던 장제원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질책한 하태경 의원 등이 모두 바른정당 창당의 주역들이었다.
그러나 창당 초기 이별의 씨앗은 지난해 5월 대선을 앞둔 봄부터 불온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추대해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는 김무성계와 보수⋅공화주의의 재건을 꿈꿨던 유승민계의 간극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유승민 의원이 대선주자가 되자 보수 단일화를 주장한 김성태⋅장제원 의원 등 13명의 1차 탈당자가 창당 99일 만에 발생했다.
유승민 의원은 열악한 대선 환경에서 압도적 토론 실력을 과시하며 220여만표(득표률 6.7%)를 받았으나 탈당의 파도는 그치지 않았다. 이혜훈 전 대표의 금품수수 혐의가 보도됐고 유 의원의 대표 등판론이 일자, 또다시 김무성계와 반목하기 시작했다. 합당파는 보수우파 통합추진위를 일방적으로 구성했고, 자강파는 예정대로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11월 전대를 앞두고 김무성⋅주호영 의원 등 9명이 2차 탈당을 감행했다. 바른정당은 유승민 대표 체제의 11석짜리 비교섭단체가 됐다.
유 대표는 바른정당의 마지막 돌파구로 국민의당과의 통합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호남에 갇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세력 확장을 기대한 유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 대표의 우군이었던 김세연⋅박인숙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도 당을 떠나 한국당으로 갔다. 20일 현재 남은 의원은 9명. 2018년 첫 생일을 맞이한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통해 개혁보수로 거듭나겠다는 마지막 희망을 걸게 됐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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