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7.0 지진 30년 내 발생 확률 70%
도심 지나는 야마노테선 등 교통망 마비 시
당국, 방일 외국인들 하천 활용해 피난 구상
‘도쿄(東京)에 온 외국 관광객이 대규모 지진을 만난다면, 하네다 공항까지 배로 모시겠습니다!’
일본 당국이 사상 최악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수도직하지진’(首都直下地震ㆍ진원이 도쿄 바로 밑에 있는 지진)을 가정한 외국인 피난대책의 일부를 공개했다. 막힌 육상 교통로를 대신해 배로 공항까지 탈출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계획은 거대 지진이 닥치면 도심 교통망이 끊어지는 상황을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통해서 경험했기 때문이다.
수도직하지진은 ‘난카이(南海) 트로프(해저협곡) 거대 지진’과 함께 현재 일본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지진이다. 일본 정부는 도쿄의 도시기능을 마비시킬 위력의 규모 7.0 강진이 30년내 발생할 확률을 70%로 잡고 있다.
국토교통성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도쿄 도심을 지나는 야마노테선(山手線ㆍ서울 지하철 2호선에 해당) 주변의 총 824㏊에서 화재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야마노테선을 중심으로 1,200여곳에서 화재가 동시 발화하고, 건물과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도로 및 철도망이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방재당국은 도쿄의 하천망을 마지막 탈출통로로 잡고 있다. 방일 외국인을 일단 지진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이동시킨 뒤 하천을 통해 하네다 공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여기에는 관광이나 출장으로 도쿄에 온 일본인도 포함된다. 이를 위해 해상보안청과 민간업자로부터 선박을 제공받는 구체방안을 하천 주변 지자체와 논의 중이다.
구체적 탈출 경로도 거론되고 있다. 도쿄의 아라카와(荒川) 하천부지와 선착장이 인명구조와 물자수송 거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에도가와(江戶川), 다마가와(多摩川), 쓰루미가와(鶴見川) 등도 방일 외국인 이동 통로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책을 공개한 것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연간 4,000만명 관광객 유치가 목표인데, 외국인의 지진공포 우려를 사전에 덜어 주겠다는 것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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