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방꾼 무임승차에 국민 불만 분출
‘평양올림픽’ 되는 것 아니냐는 성토
2030세대에게 북한은 또 하나 특권
핵ㆍ미사일 실험으로 北 자초 결과
다만 감정 추스르고 길게 볼 필요
망가진 北청년, 통일 뒤 국력에 손해
평화가 경제ㆍ고용창출 기여할 수도
장기적 인도지원ㆍ화해 노력 불가피
예전 같지 않다. 북한을 보는 시각 얘기다. 이산(離散)의 고통은 ‘그들’의 몫일 뿐이다. 한반도 남쪽 다수에게 더 이상 북한은 우리가 아니다.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를 외치지만 남한은 ‘우리끼리’다. 이제 북한은 그저 타국이다. 인정해야 한다. 종내, 한(韓)민족은 쪼개졌다.
물론 북한을 혐오하는 ‘자유 대한민국’ 국민의 존재는 상수였다. 이 지독한 반공주의자들은 ‘친북 좌파’로 오염된 대한민국에서 자기들을 분리하며 소수를 자처했다. 이질감 확산은 이들에게 다행이다. ‘정화(淨化)’여서다. 반면 민족주의 계열 진보 진영에게는 통탄할 일이다.
사실 예전 같을 수는 없다. 벌써 분단이 65년 전 일이다. 두 번이나 세대가 바뀌었다. ‘미워도 내 식구’ 같은 온정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는 세월이다. 게다가 삼수 끝에 유치한 평창 올림픽이다. 선진국만 가져갔던 동계올림픽 개최국 자격이다. 자부심을 느끼는 국민이 많다.
북한은 무임승차자다. 상 차릴 땐 나 몰라라 하다 잔치 직전에 ‘민족의 경사’ 운운하면서 숟가락만 들고 나타난 불청객이다. 그런 얌체 밉상이 없다. 그런데도 정권의 대접이 극진하다. 우리 국민 자리마저 남에게 주라 한다. 따지고 보면 올림픽 유치는 보수 정권이 해냈다.
정권은 또 어떻게 잡았나. 박근혜 정권의 권력 남용에 들고 일어난 ‘촛불 민심’ 덕이었다. 불공정에 분노한 2030세대의 ‘특권 성토’가 폭발력의 큰 축을 이뤘다. 정유라 대입 특혜 발각이 도화선이었고 그들에게 북한은 또 하나의 특권일 뿐이다. 생색에 배은(背恩) 정권이다.
세상도 각박해졌다. 청년 실업이 심각해진 지는 오래됐다. 역사상 최대 스펙을 갖고도 일자리가 없다. 도처에 경쟁자다.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지구촌 시대 글로벌 세대에게 민족은 별 의미가 없다. 더욱이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연평도에 포를 쏴댄 동족이라면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북한이 냉담을 자초한 측면도 상당하다. 지난해 저들이 걸핏하면 미사일 쏘고 핵 터뜨리고 하는 통에 1년 내내 한반도가 일촉즉발이었다. 잔칫집이 그 모양이니 손님이 선뜻 오려 하지 않았다. 한때 가족 같던 옆집이, 돕진 못할망정 훼방만 놓는 꼴이었다.
그러더니 무슨 꿍꿍이인지 갑자기 도우러 오겠단다. 다 차려진 상을 엎진 않을지 미심쩍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니면 제 잇속만 차릴 듯하다. 10명 남짓 선수단에 응원단만 230명에 예술단 140명도 온다. 보수 측에선 ‘평양 올림픽’으로 만들려 한다는 성토가 무성하다.
기실 보수뿐 아니다. 기껏 쑨 죽을 개한테 줄 수는 없다는 게 국민 일반의 대북 정서이기도 하다. 다만 감정을 추스르고 좀 더 넓게, 길게 볼 필요는 있다. 어쩌면 저들에게 우리가 품어야 할 감정은 분노보다 연민일지 모른다. 뭔 죄인가, 질병ㆍ기아에 시달리는 주민이.
오랫동안 북한에서 결핵 치료 사업을 해온 유진벨재단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중증결핵 치료용 의약품ㆍ물품이 유엔 대북 제재 대상에서 빠지게 노력해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정권 겨냥 제재의 피해자는 따로 있다.
헌법상 의무인 통일 이후를 내다본다면 북한을 회복불능으로 망가뜨려 우리가 이로울 것도 없다. 미국이야 상관없겠지만 우리 이해관계는 다르다. 북측 청년들의 인지 능력이 남측보다 한참 떨어진다(격차는 충격적이다)는 비공식 조사 결과도 있다. 영양 부족이 원인이다.
인도적 대북 지원은 올해 통일부 업무보고에도 포함됐다. 영유아와 임산부 등 취약 계층 대상 보건 의료 분야 지원이 우선 검토된다. 그러나 두고 봐야 한다. 지난해 국제기구 사업에 90억원가량 공여하는 식의 우회로를 만들고도, 여론 눈치 보느라 아직 집행하지 못했다.
평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팀 단일팀 구성 합의가 불러온 ‘불공정’ 논란 무마 과정에서 부랴부랴 동원되긴 했지만 청와대 논리에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한반도 평화가 경제 성장과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라는 것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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