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만드는 풍경’ 유석영 대표
작년 회사 지원 펀드 2억 조성
성남시도 판로 등 지원에 나서
“청각장애 구두장인 양성할게요”
“청각장애인 구두 장인을 양성하는 것으로 대통령님과 우리 사회에 진 빚을 갚겠습니다.”
‘문재인 구두’로 유명한 장애인 수제화 브랜드 ‘아지오(AGIO)’ 제조사인 ‘구두 만드는 풍경’ 유석영(56ㆍ시각장애 1급) 대표는 19일 경기 성남시청 7층 회의실에서 본보와 만나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그는 “폐업한 뒤 정말 마음이 아팠는데, 우리 구두를 신은 대통령님의 모습이 알려지면서 지원하겠다는 분들이 생겼고 다시 새 출발을 한다”고 웃었다.
유 대표가 수제 구두 제조업을 시작한 것은 2010년 3월이다. 파주에서 수제 구두 제조업을 시작했는데, 장애인 회사라는 편견 때문에 경영난을 겪다가 2013년 9월 문을 닫았다. 4년여 방황하던 유 대표에게 뜻밖의 기회를 선물한 이는 문 대통령이었다. 지난해 5월 18일 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무릎을 꿇고 참배하던 문 대통령의 닳은 구두 밑창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덩달아 그의 사연이 알려진 것이다. 문 대통령은 2012년 국회의원 시절 국회에서 열린 구두전시회에서 아지오 제품을 구입했다. 유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낡아 더 신을 수 없게 된 이 회사 구두를 다시 구매하려고 했으나 회사가 폐업했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소식을 접한 유시민 작가와 가수 강원래 등 재기를 바라는 각계의 응원과 후원이 이어졌고, 지난해 11월에는 회사 부활을 위한 ‘아지오 펀드’가 조성돼 2억여 원이 모였다.
유 대표는 이 돈을 밑천으로 지난해 12월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한 아파트형 공장에 485㎡ 규모의 제조시설을 다시 마련했다. 고용노동부로부터는 사회적협동조합 설립ㆍ인가도 받았다. 조합원은 그와 유시민 작가 등 모두 36명이다. 가수 유희열 등은 아지오 모델이 돼주기로 했다.
이곳에선 현재 성남지역 청각장애인 4명이 수제화 기술을 배우고 있다. 유 대표는 조만간 청각장애인 11명을 추가로 고용, 3월부터 시중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9가지 디자인에 색상 등을 달리한 17종의 구두를 하루 70~100켤레씩, 한달 평균 1,500켤레를 생산해 청각장애인 자활과 자립을 돕는다는 구상이다. 가격은 공장 월 임대료(375만원)와 인건비 등을 감안해 한 켤레에 20만원 수준으로 잡았다.
유 대표는 “구두를 직접 만들어 본 분들이 많지 않아 자리잡기까지는 7,8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손재주 좋은 청각장애인들이 눈치 안 보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성남시는 이날 시청에서 유 대표의 꿈을 돕기 위해 ‘구두 만드는 풍경’과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했다. 성남시는 협동조합 운영에 필요한 컨설팅과 자원 연계, 판로 지원 등에 나선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맞춤 구두도 주문했다. 이 시장은 “야구글러브 만드는 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어 가죽재단에 애정이 있다”며 “장사가 잘 돼야 성남이 잘 되는 길”이라고 격려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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