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작정하고 쓴소리
더불어민주당이 안철수 국민의당ㆍ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통합 선언 하루 만에 본격적으로 쓴 소리를 쏟아내며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비판의 예봉을 꺾고, 향후 통합신당 창당과정에서 지지 분위기가 쏠릴 것을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추미애 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통합선언에서 드러난 현실 인식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안보는 냉전적, 정치는 퇴행적, 과정은 비민주적”이라고 일갈했다. 안ㆍ유 대표가 통합과 개혁의 정치를 표방했지만, 현안에 대한 인식이나 통합 추진 방식 모두 구태정치와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명분 없는 이합집산이고 보수 야합”(김현 대변인)이라며 18일 통합선언 직후 원론적 수준에서 지적하던 것과 비교하면 비판의 강도가 한층 세졌다.
특히 민주당은 안ㆍ유 대표가 마치 각본을 짠 듯 번갈아 가며 정부를 향해 정면공세를 펴는 상황이 껄끄럽다. 두 대표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안보노선을 안이하다고 줄곧 비판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남북한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것을 두고 거친 표현으로 날을 세우며 반대여론을 자극해왔다.
추 대표는 안ㆍ유 대표를 깎아 내리는 동시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함께 거론하며 야당 간 보수 적자 경쟁을 부추기려는 의도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야당 대표 3명을 한통속으로 묶어 뭉개면서, 여당의 차별성과 도덕적 우위를 강조하는 전략이다. 추 대표는 “과거 낡은 보수와 다르지 않은 태도로는 한국당조차 넘어서 수 없을 것”이라며 “홍 대표 따라 하기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안 대표에 대해선 “정당민주주의 훼손이 도를 넘어섰다”며 “공당 대표로서 그걸 지키지 않으면 새 정치도 난망”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