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
형편 어려운 학생들에 月20만원
장학생 37명 중 국가대표도 6명
“많은 걸 해준 게 아닌데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키워 국가 체육 인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2009년 대전지역 체육계 인사를 중심으로 꾸린 ‘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운사모)’은 10년째 형편이 어려운 지역 체육 유망주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운사모의 장학금은 특별한 기금을 마련한 게 아니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월 내는 1만원의 회비를 모은 것이어서 더 특별하다.
운사모는 매년 각급학교와 체육 유관기관 등의 추천을 받아 임원들의 상의를 거쳐 장학생을 발굴한다. 선발된 학생에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월 20만원씩 1년에 총 24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운사모는 이렇게 지난해까지 37명의 체육유망주에게 2억2,26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올해도 지난 5일 총회에서 새로 선발한 6명을 포함해 총 12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10년여에 걸친 운사모의 꾸준한 노력은 장학생 가운데 6명이 국가대표가 되는 등 지역 체육인재 육성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장학생 출신 오상욱(대전대ㆍ펜싱 사브르)과 우상혁(서천군청ㆍ높이뛰기), 박재용(한체대ㆍ축구)은 현재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와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승 낭보를 전했다. 마찬가지로 국가대표인 안재현은(탁구)은 오는 3월 삼성생명 입단을 앞두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운사모 장학생들이 실업선수로 성장해 각 종목에서 국가체육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장학금을 받다 타 지역으로 떠나는 학생도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게 운사모의 설명이다.
운사모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끌고 있는 이건표(66) 회장은 “10년 전 대전시교육청 소년체전 담당 장학사를 맡았을 때 재능은 많은데 가정이 어려워 자기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 너무 안타까웠다”며 “고민을 하다 지인들과 운사모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5명으로 시작한 운사모 회원은 뜻 깊은 취지에 공감한 박성효 전 대전시장 등 지역 인사들이 속속 참여하면서 현재 매월 회비를 꼬박꼬박 내는 회원만 370여명에 달한다.
이 회장은 “지금도 개인 물품 살 돈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 선수들이 많다”며 “몇 년 전 퇴직해 전원생활을 하고 있지만 평생 내 일이라 생각하고 운사모 장학 활동을 하고 싶다. 회원들과도 대를 이어 운사모를 운영하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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