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들 얘기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다. 최저임금이 오르니 영세업자나 중소기업들 다 죽게 생겼다면서, 살려면 인건비라도 줄여야 되는 것 아니냐는 보수언론들 지면 한 곳을 차지하고 있는 분들. 대학 내 청소노동자들 얘기다.
고려대 연세대 홍익대 동국대 숭실대 등 등장하는 대학들 말을 들어보면 참 간명하다. 학생수(입학정원)가 줄어들고 있다. 등록금도 몇 년째 동결하고 있어 수입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올려주란다. 버는 돈은 주는데, 쓸 돈은 많아지니 청소노동자 수부터 줄이겠다. 걱정 마라. 정년이 차서 그만두는 사람들 자리를 아르바이트 학생들로 대체하는 것뿐이다.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피해가 안 가니, 문제될 것 전혀 없다.
대학들 주장을 찬찬히 따져보자.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대학 누적적립금 현황을 보면 연세대와 고려대는 작년까지 각각 5,307억원, 3,568억원을 쌓아뒀다. 홍익대는 그 돈이 무려 7,429억원이었다. 7,429억원이면 연 2% 이율로만 따져도 은행에 일년 맡겨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세금을 내고도 126억원 정도가 된다. 등록금에 따른 수입이 줄어든다고? 그것도 믿을 말은 아니다. 고려대는 작년 등록금 수입이 전년보다 15억원 늘었다. 연세대 역시 같은 기간 24억원 증가했다고 한다. 대학마다 말 안 하는 사정이 있을 테고 내부 회계상 이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런데 이 문제를 단지 돈 문제로만 봐야 하는 건지는 의문이다. 단지 돈이 문제라면 수천억원을 쌓아놓은 대학이 기껏 기백만원짜리 월급쟁이들 숨통을 조일 이유가 뭔지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어서다. 여전히 등록금은 잘 들어오고, 이런저런 수익사업과 졸업생들 기부금으로 대학은 여전히 돈을 잘 벌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는 대학뿐 아니라 임금인상 같은 문제가 터지면 왜 항상 청소노동자나 경비원 같은 경제적 최약자가 인원감축 같은 구조조정의 첫 번째 대상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8년 정도 된 듯하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청소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쥐가 나오는 골방에서 쉬고 있었고, 먼지 풀풀 나는 곳에서 도시락을 열어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때도 대학은 “해 줄 건 다 해주고 있다”는 식이었다. 어떤 솔직한(?) 교수는 용역업체에서 고용한 사람들이라 대학이 일일이 대응할 상대도 아니고, 제 때 월급 주면 됐지 뭐가 문제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 대학들은 인력감축에 항의하는 청소노동자들 지금의 아우성에도 똑같이 대답하고 있다.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
말하고 싶은 건, 돈줄을 죈 고용주들(대학)이 최저임금 인상에 기대고서야 겨우 오른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이들(청소노동자)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돈 한 푼이 아쉬운, 당장 자리를 잃으면 삶도 무너지는 사람들이다. 운동 삼아, 용돈 벌이로 남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고, 냄새 나는 화장실을 청소하는 이들은 없다. 그래서 절박함에 고용주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어쩌면 그들 속내는 월급 인상이 아니라 안정된 일자리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고용주들은 아무 관심이 없다. 없어도 크게 아쉽지 않고, 아쉬우면 또 다른 대체 자원은 많으니까.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으니 상대할 필요도 없다는 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한 번 자문을 해봐야 한다. 이런 일이 터질 때마다 거대 고용주들과 싸우고 있는 그들에게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자리를 뺐겠다 압박하고, 이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무시해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태도에 우리가 일조하는 건 아닌지. 영화 ‘원더(Wonder)’의 대사가 떠오른다. “힘겹게 싸우는 이들에게 우리는 조금 더 친절해야 한다.”
남상욱 사회부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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