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훈 스키협회 국제국장
“슬로프 10개ㆍ클럽하우스 등
용평리조트와 견줄 만 해”
23일 선발대 파견 시설점검
일각 “北체제선전 이용” 우려
남북의 평창 실무회담 합의 내용에 포함된 마식령 스키장 합동훈련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우선 마식령 스키장에서의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합의됐다. 대한스키협회 관계자는 18일 "마식령 스키장은 국제스키연맹(FIS)이 요구하는 훈련장 요건을 갖춘 시설이지만 시일이 촉박해 평창올림픽 국가대표를 제외한 선수들이 모여 남북교류에 중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대표 상비군이나 청소년 대표급에서 참가 선수들을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23일부터 시설점검 등을 위해 파견되는 선발대로 이재찬 협회 부회장과 경기부 임원 등 세 명이 방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류제훈 대한스키협회 국제국장은 "마식령 스키 리조트가 개장한 2014년 1월부터 이곳을 훈련 장소로 사용하는 '마식령 프로젝트'에 대비해왔다"며 "우리의 대표 스키장인 용평리조트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의 시설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키장 개장 당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을 한 매체가 분석한 결과 설상차와 분사식 강설기등 고가의 장비들이 다수 목격됐다. 또 2016년 말 싱가포르 사진작가인 아람 판이 유튜브에 공개한 스키장 방문 당시 촬영 영상에 따르면 스키장 슬로프는 총 10개다. 1번 슬로프는 스키장의 꼭대기인 대화봉(해발 1,363m)에서 출발해 총 길이 5,091m로 가장 길다. 9번으로 슬로프는 경사각이 39.8도에 달한다.
대화봉 정상에는 국내 스키장 못지않은 규모와 시설의 클럽하우스가 갖춰져 있었다. 류 국장은 "아시아연맹 차원에서도 마식령 스키 리조트에서 국제대회를 열거나 훈련 장소로 사용하는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마식령 스키장은 북한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 스키 휴양지로 김정은 체제의 상징 같은 곳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015년 12월 31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당시 노동당 제1비서)이 완공된 마식령 스키장을 돌아봤다며 “세계 일류급의 겨울철 체육 기지가 마련됐다”고 선전했던 곳이다. 김 위원장의 대표적인 치적물로 자랑하는 곳인 만큼 자칫 남북 합동훈련이 북한의 체제 선전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국제사회가 견고하게 대북제재 공조를 유지하는 와중에 북한에 들어가 금강산 합동행사와 마식령 합동훈련을 진행하는 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합동훈련 체제 비용을 북한에 내야 할 경우 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비용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행사 일정과 내용 등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제재 위반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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