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정치를 꿈꾸다
이상우 지음
테오리아 발행・392쪽・1만9,000원
충무로의 황제였던 신상옥(1926~2006) 감독은 남북한에서 영화를 연출한 유일한 인물이다. 박정희 정권과 밀월관계를 형성하며 한국 영화산업의 중심에 있던 그는 검열에 맞서다 유신정부와 등지게 된다. 그를 원했던 곳은 북한. 신 감독은 북한 주체예술과 거리를 둔 ‘소금’과 ‘탈출기’ 등을 만들며 북한 영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하지만 북한을 탈출한 후 그의 이름과 작품은 지워진다. 남한에서도 신 감독은 이전의 업적보다 북한에 납치된 후 북한에서 영화를 만든 인물로 더 기억된다. 남북한의 삶을 그렸음에도 정치적인 이유로 남북한 사이를 떠돈다.
책은 정치적 자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극장’인 영화와 연극과 소설 등을 조명한다. 1930년대 오영진의 일본어소설 ‘진상’은 인간의 애욕과 질투를 그린 통속 작품 같지만 당대 총독부의 농촌진흥정책의 허구를 파고든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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