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저격수’ 주진우 기자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자 아쉬움에 고개를 들지 못 했다. 이 전 대통령은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등 최근 자신을 둘러싼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1인 매체 ‘미디어몽구’ 유튜브 영상에 따르면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은 회견장 앞을 찾은 신문, 방송, 통신사 기자들 가운데 10여명의 기자를 선별해 회견장에 들어올 수 있게 했다.
현장에 있던 신문, 잡지 기자들은 대표로 회견장에 들어가 취재할 풀기자를 선정하기 위해 둥그렇게 모여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주 기자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3번째 판에서 승패가 갈렸다. 주 기자는 바위를 냈고, 다른 두 기자가 보를 냈다. 패배한 주 기자는 얼굴을 감싸 쥐고 한 동안 고개를 들지 못 했다. 이어 “기자회견장에 기자들 못 들어오게 해 가지고, 한 사람밖에 배정이 안돼 못 갔어. (내가) 우겨가지고 가위바위보까지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주 기자는 사무실 앞에 서서 회견장으로 올라가는 동료 기자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는 “우린 못 들어가는구나”라고 말하며 끝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주 기자는 이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2007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넘게 BBK, 다스(DAS) 등 관련 의혹을 폭로하며 대표적인 ‘MB 저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의혹을 추적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하다”며 최근 검찰의 수사가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 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히지 말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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