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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의선 육로 방남 선택… ‘개성공단 재가동’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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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의선 육로 방남 선택… ‘개성공단 재가동’ 속내

입력
2018.01.18 08: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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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단 이동경로 판문점 대신

개성공단 오가는 길 제안

금강산서 합동문화행사 합의는

‘금강산 관광 재개 의사’ 해석

방북단 규모 500명 육박할 듯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오른쪽) 통일부 차관과 북측 단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차관급 실무회담 개최를 앞두고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오른쪽) 통일부 차관과 북측 단장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논의할 차관급 실무회담 개최를 앞두고 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17일 열린 판문점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 합의 결과 중 가장 의미심장한 대목은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파견될 대규모 북한 방문단의 이동 경로가 경의선 육로로 정해졌다는 사실이다. 2016년 2월부터 폐쇄된 개성공단 재가동을 바란다는 북측의 뜻이 넌지시 드러났다는 점에서다.

이틀 전인 15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거론한 예술단 140여명의 방남 경로는 판문점을 거쳐 서울과 평창까지 가는 육로였다. 북측이 그 동안 유엔군사령부 관할이라는 이유로 판문점 경로를 꺼렸던 전례를 감안할 때 의외의 제안으로 여겨졌다. 북측의 15일 제안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장면을 연출해 평화 공세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됐던 만큼, 월경 규모를 키우기 위해 북측이 선수단과 응원단 등 나머지 방문단도 같은 길로 한꺼번에 보내려 할 거라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이날 북측이 제시한 방안은 대규모 북측 방문단이 평양과 개성,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잇는 경의선 육로로 이동하는 안이었다. 경의선 육로는 가동 중단 전까지 남측 인원이 개성공단에 갈 때 이용하던 길이다. 이로 미뤄 북한이 개성공단이 다시 열렸으면 한다는 의사를 방남(訪南) 경로 제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북이 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 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 스키장 공동 훈련 등을 갖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 가능하다. 남측에서 북한 금강산ㆍ원산 지역으로 가려면 동해선 육로를 이용해야 이동이 손쉽다. 이번 실무회담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금강산 육로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때 활발히 진행되던 금강산 관광은 2008년 고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상태다. 이후 사실상 끊겼던 동해선 육로도 일단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일시적으로나 다시 이어지는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 재개통은 오래 닫혔던 통로를 연다는 의미”며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전면적 교류ㆍ협력을 재개하고 싶다는 북한의 의사가 협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관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두 사업의 재개와 관련해 정부는 여전히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지금의 화해ㆍ협력 분위기가 이어지고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본격적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경우 이번 합의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의 단초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개성공단 임금과 금강산 관광 자금이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에 쓰였다고 주장하는 야당과 보수 진영의 반발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정치적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방문단 규모도 대략 윤곽이 나왔다. 15일 실무접촉과 17일 실무회담 합의를 종합하면 예술단 140여명, 응원단 230여명, 태권도시범단 30여명 등 400여명이다. 여기에 1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이는 선수단과 더불어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기자단을 합칠 경우 50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최다 인원이 파견된 2002년 부산 하계아시안게임 당시 인원 650명에 크게 모자라지 않는 수치다. 선수단을 제외한 대표단 규모로는 사상 최다다. 지금까지는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당시 북측이 응원단을 303명 파견한 게 최대였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의 면면이 드러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천 차관은 “추후 논의하자는 게 북측 입장”이라고 전했다. 북한 정권 2인자인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등이 현재 입길에 오르는 인물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화론자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미국 대표단에 포함되면 북측이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등을 보내 북미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합의로 2007년 1월 중국 창춘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자 역대 10번째 국제대회 남북 공동 입장이 성사됐다. 그러나 개회식에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우기로 한 점이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한 점은 악화한 대북 여론 탓에 인화성이 크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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