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제주도 인근 동중국해에서 침몰한 이란 유조선 ‘산치’(Sanchi)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서해의 생태계 전반이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17일 산치호 충돌사고로 13만6,000톤에 이르는 콘덴세이트유와 중유가 유출되면서 이곳으로 이동하는 철새를 포함해 해양 생태계 전반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서해(황해)는 한국과 중국, 북한이 공유하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광역생태계 중 하나다. 어류, 조류, 포유류, 무척추 동물 등 약 3,000 종 이상의 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중국 상하이에서 동쪽으로 260㎞가량, 제주도에서 남서쪽으로 300㎞가량 떨어진 동중국해로 고래, 점박이물범, 바다거북, 철새를 포함해 맹그로브와 산호초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의 주요 서식지다.
WWF 측은 “무엇보다도 곧 다가올 봄철 철새 이동 시기와 맞물려 철새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새는 바다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동안 깃털에 얇은 공기층이 형성돼 깃털에 물이 묻지 않으면서 바다 위에 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깃털에 기름이 묻게 될 경우, 깃털의 방수기능과 부력이 크게 감소해 물 위에 떠 있기 힘들어지는 데다 깃털 사이에 흡수된 물과 기름으로 날개가 무거워져 비행 능력이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 체온을 유지하기 어려워져 동사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현재 산치호에서 유출된 기름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주변 해역으로 퍼져나가는 데 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며, 3개월 후에는 인근 해안가와 철새가 먹이활동을 하는 지역까지 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WWF 측의 분석이다.
또 동중국해에는 산호지역이 넓게 분포해 있다. 산치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산호에 흡착될 경우, 산호의 광합성과 먹이활동이 불가능해지며 산호와 공생하는 조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산호로 모여드는 어류와 무척추동물들의 생존 역시 보장할 수 없는 것으로 이어진다.
박두현 WWF코리아 해양 프로그램 과장은 “산치호 기름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환경적 방제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기름을 사라지게 하는 게 아닌 해안으로 오지 못하게 하는 분산제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사용량을 결정하고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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