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열 부산시향 상임지휘자
올해부터 3년간 12곡 연주
인간미 넘치는 하이든의 음악도
롯데콘서트홀서 10회 소개 예정
동세대 국내 지휘자 중 단연 발군이다. 지난해 9월부터 부산시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인 최수열(38) 얘기다. 깔끔한 외모와 절도 있는 지휘, 참신한 공연 기획으로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 시절부터 음악 팬들 사이 ‘훈남 지휘자’로 이름을 알렸다. 15일 전화로 만난 최 지휘자는 “(부지휘자 시절에는) 연주회 일정이 한번에 몰렸는데 규칙적인 연주 생활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부터 3년2개월간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있으면서 “책임 맡는 자리로 빨리 가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객원 지휘를 두 번 해본 부산시향은 그중에서도 1순위였다. “50대 남자단원들이 많은 오케스트라예요. 안정감도 있고, 자부심 있는 단원들이라 텃세도 있고요. 그런 면이 좋았어요.” 특히 무대 올라가기 직전까지 연습하는 열정이 맘에 들었다고.
최 지휘자가 국내에 이름을 알린 건 피아니스트 조성진, 김선욱과 더불어 국내 대표적인 ‘정명훈 키즈’로 꼽히면서다. 2013년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진행한 ‘지휘 마스터클래스’에서 최고점을 받아 이듬해 서울시향 부지휘자를 꿰찼고, 정 예술감독 사임 직후인 2016년 12월 난곡(難曲)중에 난곡인 말러 교향곡 6번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며 정기 연주회에 데뷔했다. 공연을 닷새 앞둔 시점에서 대체 지휘자로 낙점됐다는 사실은 세간의 화제가 됐고, 이틀 공연은 만석을 기록했다.
서울시향 재직 시절 단원 연습실을 일반에 공개한 ‘리허설룸 콘서트’, 스탠딩 콘서트 ‘성수동 창고 음악회’ 등 클래식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전하는 각종 아이디어를 내온 그가 올해부터 부산시향에서 3년간 슈트라우스 교향시 12곡 전곡 연주에 돌입한다. ‘부산 싸나이들의 화끈함’을 극대화하는 데 적합한 작곡가란다. “전임인 리신차오, 곽승 상임지휘자 시절부터 부산시향이 많이 연주한 작곡가예요. 저도 국내 지휘자 중에서 슈트라우스 곡을 많이 지휘했고요.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킬만한 점, 악단의 구성 등 모든 점이 다 맞아떨어졌죠. 부천시향이 국내 처음으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했을 때, 말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처럼 부산시향의 무기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이제 “규칙적인 일정”에 또 하나가 얹어진다.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최수열의 오후 2시’로 오는 24일부터 11월까지 10번에 걸쳐 고전주의 작곡가 하이든의 음악을 집중 소개한다. 잔향이 길고 음색 풍부한 공연장 특성에 맞춘 기획으로 역시 최 지휘자가 제안했다. “천재형 음악가가 아니라 인간미 넘치는 노력형 음악가라 개인적으로 모차르트보다 하이든을 더 좋아해요. 다작하면서도 태작이 많지 않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많고 음악으로 사람을 웃길 줄도 알고요.” 하이든의 ‘놀람’ ‘시계’ ‘군대’ 교향곡처럼 대중에 친숙한 곡부터 학구적인 작품까지 다채롭게 구성한다.
“슈트라우스 전곡 연주, 하이든 연주에서 중요한 건 연주 일정이 끝난 후예요. 이 작품들을 통해 저와 단원들이 성장하길 원하죠. 해본 사람은 못 당하거든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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