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예술가 ‘EG’로서의 이은결
다원예술 ‘퍼포밍 일루션’을
작품 ‘푼크툼’서 관객들에 소개
“새로운 형태의 실험 계속 기획”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새로운 공연을 하면 선입견 없이 그 공연을 보러 왔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아 갈 수 있잖아요. 이번에 하는 작업도 이전에 해왔던 작업들과는 전혀 다른 질감을 지니고 있어요.”
무대예술가 EG는 한 가지 특징으로 설명되지 않아 ‘다원예술’로 분류되는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마임과 마리오네트(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인형극) 요소들이 있지만 ‘연극’으로 정의 내릴 수는 없다. 모션그래픽과 시각적 기술을 활용하지만 무대공연이기에 ‘전시’와는 또 다르다. EG는 마술사로 더 널리 알려진 이은결(37)이 대중적인 마술 콘서트가 아닌 작가주의 작품을 할 때 사용하는 예명이다. 그는 18~20일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푼크툼’이라는 제목으로 또 한번 EG로서 무대에 선다. 17일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은결은 “EG로 활동할 때는 관객들이 저를 모르고 오실 때가 더 좋다”고 했다. 자신의 무대를 ‘마술’에 한정하고 싶지 않아서다.
그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자신을 ‘일루셔니스트(환상가)’ 라고 소개해 왔다. “마술사는 마술을 하거나 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마술적인 걸 보여주는 사람이지 마술을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환상적인 것을 공연형태로 보여줄 때 사용할 ‘퍼포밍 일루션’이라는 단어도 고안했어요. 사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단어예요.” 그가 새롭게 장르로 정립해나가고 있는 ‘퍼포밍 일루션’은 마임과 마술, 모션그래픽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다. 이전의 공연과 다른 점은 마술 트릭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전체적인 시각효과를 위한 표현수단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은결은 2009년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 작가와 협업을 시작으로 자신의 무대 반경을 확장해 왔다. 그가 EG로 전면에 나선 ‘디렉션’(2014)은 2016년 현대 공연예술 중심지인 프랑스 파리 시립극장의 초청을 받아 공연됐다. 영화감독이자 마술사인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하고 있는 ‘멜리에스’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가며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중이다.
이번에 무대에 올리는 ‘푼크툼’은 자신이 일상과 예술작품을 통해 느꼈던 이미지와 인상 등을 표현한 단편들을 옴니버스로 구성한 작품이다. 푼크툼은 ‘찌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작가의 의도와 관계없이 관객이 작품으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는 순간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너무나 평범해서 관심 갖지 않았던 사소한 오브제나 상황, 뻔히 봤던 이미지들을 어떻게 새롭게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는지에 관한 작품”이라고 이은결은 설명했다.
‘일루셔니스트’는 이은결이 마술사와 예술가 사이에 위치한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대중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원하는 것, 더욱 신기한 것들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다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싶을 때에는 실험적인 장르로 한 걸음 옮긴다. 양극단에 위치한 작업들을 해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들이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그는 계속 무대에 선다.
앞으로 그가 더 보여주고 싶은 무대는 어떤 것일까. 그는 “설명할 수 없는 장르, 새로운 형태의 실험들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기획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에 소개하고 싶은 세계의 좋은 콘텐츠도 많아요. 아마추어 마술사들이 아닌 ‘꾼’들이 함께 할 예술제도 국내엔 아직 없고요. 마술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작게라도 시작해 보려고요.”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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