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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 그 후…'스타성+스토리' 최다빈에게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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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여왕 김연아’ 그 후…'스타성+스토리' 최다빈에게 거는 기대

입력
2018.01.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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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최다빈(오른쪽). 한국 여자 피겨의 바통이 김연아에서 최다빈으로 옮겨졌다./사진=최다빈 인스타그램.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지난 1998년 얘기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5ㆍ미국)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보고자 평일 오후 6시 30분 당시 주한미군방송 AFKN(현 AFN)을 틀어 CNNSI 스포츠 뉴스를 챙겨보던 한 소년은 주요 소식으로 새까만 머리에 동양적인 얼굴을 한 여자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보게 된다.

한국 선수인 줄 알고 좋아했지만, 알고 보니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미셸 콴(38)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금메달을 딴 타라 리핀스키(36ㆍ미국)보다 훨씬 인정을 받던 선수였다.

그로부터 12년 후 실제 한국 선수가 동계올림픽 시상대에 서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김연아(28)는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콴이 1998년 입었던 드레스와 비슷한 푸른색 드레스를 입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피겨여왕’이 된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후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바통은 최다빈(18ㆍ수리고)이 건네 받았다. 지난 7일 끝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1위로 올림픽 출전을 확정한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에 나서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앞선 2차례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놀라운 성적을 냈기에 최다빈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피겨계 한 관계자는 “최다빈에게 김연아가 되길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라면서도 최다빈의 메달권 진입을 바랐다.

평창에서 최다빈이 금메달을 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메달권 진입 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는 파급력을 지닌 또 다른 ‘피겨여왕’이 되기에 좋은 요건들을 갖추고 있다. 스타성과 스토리가 그것들이다.

최다빈은 ‘루키즘(Lookismㆍ외모지상주의)’의 관점에선 나무랄 데 없는 선수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고(故) 윌리엄 새파이어가 처음 언급한 루키즘이라는 용어에는 외모가 개인의 우열과 인생의 성공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미 김연아와 함께 CF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게 최다빈의 탁월한 스타성을 방증한다.

스토리 역시 남다르다. 영웅은 으레 온갖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위업을 달성하게 마련이다. 최다빈은 ‘피겨 불모지’라는 배경과 지난해 당한 모친상, 발목 부상, 부츠 문제 등 개인적인 역경까지 겹치면서 강하게 동기부여된 상태다.

전설적인 피겨스타 故 소냐 헤니(노르웨이), 도로시 해밀(62), 페기 플래밍(70ㆍ이상 미국), 카타리나 비트(53ㆍ독일), 크리스티 야마구치(47ㆍ미국), 콴, 리핀스키, 김연아 등은 동계올림픽 메달 수상 전 세계대회에 출전해 최소 한 차례 이상 시상대에 섰다. 최다빈은 지난해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ISU 세계선수권에선 10위에 그쳤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앞선 전설들에 다소 쳐지는 최다빈이다.

그렇지만 ‘반전’은 있는 법. 빙상 전문가들은 “올림픽은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최다빈은 평창행을 확정한 후 “엄마가 많이 생각난다. 옆에 계셨다면 누구보다 기뻐하셨을 것 같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1993년 아버지가 괴한에 피살당해 돌연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은퇴한 후 1995년 복귀해 1995-1996시즌 파이널 챔피언에 올라 코트 바닥에 쓰러져 오열했던 조던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19일 생일이 지나면 겨우 만 18세가 되는 최다빈에게 어머니의 부재는 큰 시련이자 선수로선 독기를 품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최다빈이 평창 올림픽 시상대에 서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보며 품에 묻어둔 어머니를 떠올릴 그 날을 기대해 본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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