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보수단체와 몸싸움했던
北 조선중앙통신 기자도 배석
길고도 치열한 하루였다. 1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북한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은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진통 끝에 태권도 시범단과 응원단 등 대표단 규모에서부터 이들의 방남(訪南) 루트, 남북 아이스하키단일팀 구성 논의까지 관심사를 원샷으로 단번에 해결하며 20여일 앞둔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북측은 회담 시작부터 ‘6ㆍ15 시대’를 언급하며 한반도 해빙 무드 조성 의지를 적극 드러냈다. 남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오전 전체회의에서“오시는 길은 편안하셨는가.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아 다행”이라며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반면 북측 수석대표인 전종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은 한술 더 떠 “(9일 고위급회담에 이어) 다시 만나니 반갑고 마치 6ㆍ15 시대가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해빙 무드에 들어선 남북 간 분위기를 적극 고취시켰다.
하지만 정작 회담 의제 등을 확인하는 전체회의를 끝내고 본 게임에 들어선 남북 간 협상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날 오전 첫 수석대표 접촉부터 오후 9시쯤 종결회의까지 수석대표 접촉만 6번을 거친 다음에야 개회식 공동입장과 여자 아이스하키단일팀 구성합의 등을 담은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회담내용과는 별도로 이날 시선이 쏠린 건 북측 협상 테이블에 앉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김강국 기자였다. 남북회담에 기자가 대표로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에 파견될 대표단에 북한 기자단도 포함돼 있어 올림픽 기간 취재권 보장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평창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 활동을 주민들에게도 전달해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김 기자는 특히 2003년과 2004년, 2007년 등 남측에서 열린 남북행사마다 취재 기자단으로 등장했던 대남통 언론인이다. 2003년 8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는 보수 단체의 북한 인권 관련 집회장에서 “공화국 모독”이라며 단체 회원들과 격한 몸싸움 벌이며 화제가 됐던 인물이기도 하다.
정부는 한편 고위급 회담 당시 기자들의 동행 취재를 허용했던 것과는 달리 이날 회담에는 남측 기자단 접근을 제한했다. 때문에 정부가 남측 언론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북측을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은 15일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 부장 논평을 내고 “남조선당국이 여론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상(제삿상)으로 될 수 있다”며 최근 남측 언론 보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논란이 일자 “다음부터는 실무회담이라도 되도록 기자단을 데리고 가도록 북측과 얘기 하겠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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