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코어 분석
매출 37% ↓ 당기순손실은 55배 ↑ 35곳은 자본잠식
'7조 손실' 석유공사 "유가 급락 등도 영향"
국내 에너지ㆍ자원 관련 공기업들의 해외법인 자산가치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사이 10조원 넘게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석유공사는 무려 7조원대 손실을 기록했고 해외법인 5곳 중 1곳은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35개 시장ㆍ준시장형 공기업 가운데 주요 경영지표를 공개한 15곳의 175개 해외법인 실적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들 해외법인의 지난 2016년말 현재 취득가액(총 28조5,412억원)은 4년 전인 2012년보다 5조9,947억원(26.6%) 늘었다. 반면 장부가액(18조6,661억원)은 같은 기간 4조1,322억원(18.1%)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취득가액은 증가했으나 장부가액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보유자산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로, 사실상 그 격차에 해당하는 10조원의 혈세를 날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CEO스코어는 지적했다.
같은 기간 이들 해외법인의 매출 총액도 16조7,274억원에서 10조5,212억원으로 37.1%나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368억원에서 2조172억원으로 55배나 급증했고, 부채 총액도 34조858억원에서 59조2,006억원으로 73.7% 늘었다.
기업별로는 석유공사의 손실이 가장 컸다. 석유공사는 2016년 해외법인 취득가액이 4년전보다 1조3,635억원(10.8%) 늘었으나 장부가액은 5조8,676억원(49.5%) 줄어 차액이 7조2,311억원이나 됐다. 이밖에 한국가스공사(-1조7,604억원)와 한국광물자원공사(-1조1,313억원)도 1조원 이상을 날렸으며 한국동서발전(-1,192억원), 한국남동발전(-828억원), 한국수자원공사(-142억원), 한국남부발전(-131억원) 등도 해외법인 가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공사(2,284억원)와 한국수력원자력(177억원), 한국전력기술(6천600만원) 등 3곳은 반대로 같은 기간 해외법인 가치가 올랐다.
조사대상 해외법인 175곳 가운데 20%인 35곳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석유공사는 26개 해외법인 중 절반인 13곳이 자본잠식으로 나타나 가장 상황이 심각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손실이 컸던 이유는 해외 자산을 매입할 때 경제성 평가를 정확하게 하지 못한 점과 함께 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공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해외유전을 개발할 때 수익성 외에 석유자급률 확보라는 정책적 이유도 고려해야 했다”고 해명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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