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전선 GP가 뚫렸다는 언론 보도가 며칠간 시리즈로 터져 나왔다. 내용을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억지로 만든 기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전쟁을 조기경보하기 위해 남북 공히 정전협정 위반의 소지를 안고 DMZ 안으로 들어가 있는 GP와, 북한군의 침투를 막기 위해 만든 GOP의 개념을 제대로 가려서 이해하지 못하고 만든 기사로 보인다. 그로 인해 국민은 군대를 또 얼마나 오해하고 불신할 것인지가 안타깝다. 한 여름 무더위에 근무교대 후 전투복 상의를 벗고 식사 중이던 소초장이 그 상태로 총을 들고 뛰어나가 귀순 병사를 검문했고, 3분도 안 돼서 무장한 장병들이 우르르 나와 귀순 병사를 인도했다고 한다. 불과 25세 가량의 젊은 장교의 그 용감함이 비난의 대상으로 둔갑했다. 밥 먹던 소초장이 만약 전투복과 방탄복 등을 제대로 갖춰 입느라 시간을 지체했다면 또 뭐라고 비난했을지 모르겠다.
더 황당한 건 귀순 병사가 발로 몇 번 차니 철책 문이 열렸다며 “뚫렸다”고 한 것이다. 그 추진철책의 용도는 북한군 병사의 침투를 막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다. 적 침투를 지연시키고 적 침투의 흔적을 확인하는 데 있다. 실제로 전 DMZ 내에 추진철책이 있는 구간은 44.7%에 불과하다. 전 휴전선 내에 불과 60여개 만 운용 중인 GP간의 거리는 무려 2~3km나 된다. 따라서 그 중간으로 누군가가 침투하는 것을 잡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임무는 DMZ 밖의 GOP에서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개선책을 주장하니 더 안타깝다. 개선할 필요가 없는데도 억지로 병력을 추가해야 한다든지, 예산을 더 사용해서 첨단경계 장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GP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지속적인 오류다.
이 해프닝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바로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병복무기간을 18개월로 조기 단축하겠다는 기사였다. 물론 국방부가 아직 확정사항이 아니라고 부인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실제 확정 직전 단계에 있는 안이 흘러나온 것이다. 국방개혁2.0의 핵심은 인구절벽에 따른 병력감축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미리 대비하여 62만 병력을 50만 명으로 감축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부족한 입영자원인데 설상가상으로 복무기간을 3개월 줄인다니. 1개월 단축에 약 1만 명의 병력이 사라지니 총 3만 명의 병력을 인위적으로 더 감축하는 것이다. 병력감축은 전적으로 육군에서만 이뤄지니 육군에게는 청천벽력과 다름없다. 원래 그에 대한 대안도 거창했다. 국방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첨단전력으로 병력손실을 보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육군 전력투자 예산은 불과 3,400억원 증가했지만 육군 병사들의 봉급은 무려 6,300억원이 늘었다. 올해 40만원이 된 병장 봉급은 최저임금제에 연동해 80만원까지 오를 전망이다. 국방비는 대폭 늘었지만, 그 돈의 상당부분을 병사봉급 인상분으로 쓰는 것이다. 다음은 부사관 등 간부를 15만 명까지 늘리고 전문성을 높여 병력감축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현재 수준인 13만명 가량으로 동결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병복무기간을 줄이기 위해 가뜩이나 몸과 마음이 아픈 젊은이들도 어쩔 수 없이 입대하는 요즘 상황에서, 현역 판정률을 더 높이는 숫자놀음으로 ‘문제 없음’이라고 서류를 만드는 게 합당하기나 한가. 그런 아픈 사람들로 인한 사고는 누가 책임질 건가. 획기적 전력투자도, 전문적 간부 충원도 없는 상황에서 병력만 줄어들고, 병사의 질은 더 낮아질 게 뻔하다.
송영무 국방장관의 주장처럼 표범같이 날쌘 군대를 만들겠다면 적과 싸워 이길 수 있는 확실한 무장을 해줘야 한다. 그런 충분한 전력이 됐을 때 비로소 병력 감축과 복무기간단축이 진행되어야 포퓰리즘이라는 의심을 사지 않을 수 있다. 국방개혁의 최우선 목표는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이라야만 한다.
신인균 자주국방 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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