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보름(25ㆍ강원도청)은 ‘노랑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다. 2년 전 지독한 슬럼프를 겪을 때 기분 전환 차원에서 염색을 했는데, 그 뒤로 좋은 성적이 나오면서 계속 노랗게 물들인 머리를 유지하고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머리 색깔과 비슷한 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쇼트트랙에 입문한 김보름은 고등학교 2학년 당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 이 결정은 신의 한 수였다. 쇼트트랙에서는 그저 그런 선수였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종목에서 국가대표가 됐다. 2016~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 3개를 따내며 세계 랭킹 1위에 등극했고, 평창올림픽에서도 ‘금빛 레이스’를 펼칠 기대주다. 2017~18시즌 허리를 다쳐 몸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김보름은 “평창올림픽 때 반드시 금(金)보름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조재범(37) 코치는 일상 생활을 할 때나, 훈련 지도를 할 때 항상 야구 모자를 쓴다. 모자 정면에 한국(KOREA)을 상징하는 ‘K’와 옆면에 태극기를 새겼다. 마치 야구 대표팀 모자처럼 보인다. 조 코치는 “같은 모자를 5개 맞췄다”면서 “브랜드가 있으면 대회 때 쓰지 못하니까 따로 제작을 맡겼다”고 설명했다.
야구 모자를 고집하는 이유는 일종의 기원이자 습관이다. 조 코치는 “2014 소치올림픽 때부터 썼는데 대표팀 성적이 잘 나오면 쓰던 모자를 계속 쓰고, 잘 안 나오면 다른 모자로 바꿔 쓴다”며 웃었다. 선수 시절 빛을 보지 못했지만 지도자가 된 이후 한국 쇼트트랙의 두 기둥 심석희(22ㆍ한국체대), 최민정(21ㆍ성남시청)을 키워냈다. 조 코치의 첫 제자 심석희는 초등학교 5학년, 최민정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조 코치의 지도를 받고 무럭무럭 성장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골리(골키퍼) 신소정(28)은 꼭 지키는 ‘루틴(선수의 고유한 동작이나 절차)’이 있다. 아이스하키는 보호 장구가 많아 착용하는 데만 10~15분 정도 걸린다. 신소정은 넉넉히 30분 정도를 잡고 자기만의 순서대로 장구를 착용한다. 순서는 무릎 보호대-스타킹-팬츠-스케이트-레그 패드-목 보호대-체스터-유니폼-헬맷-글러브-블로커-스틱 순이다. 신소정은 “이 순서대로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여자 대표팀의 대체 불가 자원인 신소정은 팀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캐나다 대학 명문 세인트 프란시스 자비에에서 뛰며 선진 아이스하키를 경험했고, 2016~17시즌엔 북미여자아이스하키리그(NWHL) 뉴욕 리베터스에서 활약하며 세계 수준의 선수로 올라섰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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