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법안으로 첫 가시화 예상
공정시장가액비율 폐지와 더불어
MB때 낮춘 세율 최대 1%P 올릴 듯
15억원 1주택 소유 경우에는
288만원에서 180만원으로 감세
10억ㆍ5억원 2주택 소유 땐
468만원에서 720만원으로 껑충
당정, 시장에 강한 신호 보내며
중장기적 방향으로 의제 잡을 듯
여당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위한 ‘군불 때기’에 나섰다. 정부가 “국민 의견을 수렴해 충분히 검토할 것”(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여당은 우선 종합부동세를 이명박 정부 이전 수준으로 복원시키겠다는 게 1차 목표로 파악된다. 이달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지난해 법인ㆍ소득세 증세 과정에서도 여당이 주도권을 잡았던 만큼 보유세 역시 여당 내 논의가 정부안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16일 국회와 여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보유세 강화 시나리오 중 가장 먼저 가시화한 것은 박주민 의원의 종부세 개정안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보유세 개편 방향이 공식화한 이후 처음 발의되는 법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민의 종부세 강화안
박 의원안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강화와 1세대 1주택자 부담 완화다. 구체적으로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사용하는 공시지가의 비율ㆍ80%) 폐지 ▦1세대 1주택자 9억원 초과분 과세→12억원 초과분 과세▦세율 인상(6억~12억원 0.75%→1%, 12억~50억원 1%→1.5%, 50억~94억원 1.5%→2%, 94억원 초과 2%→3%) 등이 골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없애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과세하고, 이명박 정부가 낮춘 세율을 다시 올리는 게 골자다. 단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보유한 1주택자에게는 공제 금액을 늘려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박 의원안은 앞으로 여당, 재정개혁특위, 정부가 보유세 강화 방안을 논의할 때 하나의 준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주택자 과세를 강화하면서도 1주택자 부담을 덜 수 있는 안이어서 공감을 얻고 있다.
박 의원안대로라면 합계 공시지가가 같아도 1주택자냐, 다주택자냐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달라진다. 공시지가 15억원 주택을 가진 1세대 1주택자 A씨가 내는 종부세는 288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10억원, 5억원 주택 2채를 보유한 B씨의 세액은 468만원에서 720만원으로 늘어난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을 보유한 2주택 이상자에게 과세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추미애 이번에도 ‘증세운전대’ 잡나
여당 내에서도 보유세 관련 토론 등 공론화 작업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해 11월 관련 토론회를 열고 보유세 강화 논의에 불을 댕긴 바 있다. 그는 16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땅보다는 땀이 보상 받는 사회로 가야 한다”며 지대개혁을 적극 강조했다. 지난해 7월 추 대표가 법인ㆍ소득세 최고세율을 각각 25%, 42%로 올리는 안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뒤 이 문제가 급물살을 탔던 것처럼 보유세 문제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유세 중 종부세를 강화하는 방안은 윤곽이 잡혔지만, 다른 세목을 어떤 식으로 조정할 지는 남은 숙제다. 그간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게 올바른 개혁 방향이라는 지적은 많았지만, 실제로는 보유세 강화보다 거래세 인하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양도소득세가 4월부터 중과되는데다 취득세는 박근혜 정부가 영구 인하했기 때문에 현 상태에서 양도세와 취득세를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단기성과보다는 장기의제 접근할 듯
시장상황이나 여론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보유세 문제를 ‘일도양단’식으로 풀기는 어려운 만큼, 여권과 정부는 ‘시장에 강한 신호를 주되 중장기적 방향으로 의제를 설정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과 박광온 의원실이 지난 11일 주최한 ‘지대개혁 토론회’에서도 당장의 집값을 잡기 위한 방안보다는 불로소득 환수, 양극화 해소, 소득주도 성장 등의 담론들이 주로 논의됐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는 “정부는 강남 집값 안정이나 단기적 성패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투기에 의한 불로소득은 반드시 환수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며 “보유세는 우선 ‘핀셋 증세’로 가닥을 잡되 서서히 공시지가 반영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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