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4번째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1890~1969)가 1953~61년의 8년 대통령 임기를 사흘 남긴 61년 1월 17일 퇴임 고별연설을 통해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 MIC)’의 권력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20세기 주요 전쟁과 미국의 역할을 회고한 뒤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에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상존하는 위기와 난관을 기적적으로 극복하게 해줄 것 같은 확실한 수단의 유혹도 반복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폭넓은 관점과 균형 감각을 요구했다. 비용과 이익 사이의 균형, 꼭 필요한 것과 그럭저럭 바람직한 것 사이의 균형, 당장의 이익과 장래 이익 사이의 균형. 그는 “훌륭한 판단은 균형과 진전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결여되면 불균형과 좌절이 초래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2차 대전을 치르면서 전시에만 주문 군수품을 조달하는 제조업체들이 이른바 상시적인 전쟁기업 즉 방위산업체로 터를 닦아 “(우리는 이제) 방대한 군사체계와 대규모 방위산업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고, 그 복합체에 “우리의 노력과 자원과 생계가, 사회 구조 자체가 얽히게 됐다”고 말했다. 매년 군사 안보에 미국 기업 전체 순익보다 많은 비용을 쓰고 있다고도 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군사 방위 산업이 부당한 영향력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잘못 주어진 권력의 파괴적인 발호 가능성은 지금도 존재하고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스트포인트 출신 육군 원수로 2차대전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낸 대통령의 마지막 연설로는 자못 의아한 내용이었다. 더구나 당시는 치열한 냉전기였고, 매카시즘의 광풍은 잦아들었지만 소련과의 핵전쟁 공포에 기인한 안보 및 이데올로기 감각은 50년대 못지않게 첨예하던 때였다.
존 F. 케네디라는 젊고 진취적인 새 대통령의 취임을 기다리던 미국 시민들이 그의 저 연설을 얼마나 마음에 새겼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생의 절반을 전장과 사령부에서 보낸 베테랑 노(老) 대통령은, 국방부의 수많은 후배 장성들의 기대를 저버려가며 시민에 대한 마지막 헌신과 봉사의 각오로 저 연설을 했을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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