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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만 제때 했어도… 잔혹한 ‘화장실 폭행’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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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만 제때 했어도… 잔혹한 ‘화장실 폭행’ 방치됐다

입력
2018.01.17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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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 괴한 둔기에 중상

인근 식당 손님 일행 현장봤지만

“무서워 도망쳐” 뒤늦게 목격 진술

경찰 도착 땐 범인 택시 타고 도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화장실에서 괴한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 목격자가 신고를 주저하는 사이 피해자가 혼자 화장실에 방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해자도 유유히 달아났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경인선 인천 부평역 인근 건물 1층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재수생 A(20ㆍ여)씨는 14일 오후 7시 56분쯤 대걸레를 빨기 위해 1층 여자화장실로 들어갔다. 편의점 앞에서 20분간 서성이던 검은색 롱패딩에 마스크를 쓴 남성이 약 2분 뒤 뒤따라 들어갔다.

이 남성은 A씨를 둔기로 잔인하게 폭행하고 오후 8시 3분쯤 밖으로 나와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 6분 뒤인 오후 8시 9분쯤 A씨는 비틀거리며 편의점으로 도망쳤다. A씨와 소방, 경찰 3자 통화를 통해 신고가 접수된 시간은 오후 8시 21분이었으나 통화가 7분 가량 걸려 경찰은 이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경찰은 더 빨리 현장에 올 수 있었다. 가해자가 도주하기 직전 현장을 본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던 B(27)씨는 1층 남자화장실을 찾았다가 옆 여자화장실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식당에서 일행을 불러온 B씨는 여자화장실 문을 열었고 가해자와 마주쳤다.

B씨는 경찰에서 “화장실 곳곳에 피가 있었고 무서워서 도망쳤다”고 진술했다. B씨 일행은 자리를 피한 뒤에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식당에서 계산을 마치고서야 경찰에 목격한 사실을 털어놨다.

신고를 마치고 의식을 잃은 A씨는 15일 새벽 두대골 골절 수술을 마쳤으나 한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이후 의식을 찾았으나 머리 상처가 커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달아난 가해자를 쫓고 있다. 경찰은 CCTV상 가해자 모습이 2년 전 아르바이트생을 성희롱한 남성과 비슷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의식을 찾은 A씨가 “다른 사람”이라고 진술해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경찰은 “2, 3개월 전부터 A씨를 따라다니는 사람이 있었다”는 A씨 지인 진술에 따라 스토커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2016년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같은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 마’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평경찰서 관계자는 “가해자는 30~40대 남성으로 추정된다”라며 “피해자와 다툰 편의점 손님에 의한 범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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