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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반발→보류’ 되풀이... 김상곤표 교육정책 신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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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반발→보류’ 되풀이... 김상곤표 교육정책 신뢰 추락

입력
2018.01.16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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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절대평가 확대’ 유예 이어

‘영어금지’도 3주 만에 입장 번복

이상과 현실 상충하며 삐걱대

학교ㆍ학부모 불신의 골만 쌓여

여권서도 일방통행식 행보 우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교육계 신년교례회에 참가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교육계 신년교례회에 참가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유치원ㆍ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 시행 결정을 1년 유예했다.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 마련을 1년 미룬 이후 5개월 만에 또다시 설익은 정책에 대한 ‘유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상만 있고 현실적 문제를 고려하지 못한 교육 정책이 새 정부 들어 잇따라 ‘발표→보류’ 과정을 반복하면서 교육당국에 대한 현장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또 1년 유예 택한 교육부

교육부는 16일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1년 간의 여론 수렴을 거쳐 내년 초까지 ‘유치원 방과후 과정 운영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초등학교 1, 2학년 교육과정에서도 빠져 있는 영어 수업을 유치원ㆍ어린이집에서 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며 방과후 영어 금지 방침을 밝힌 지 불과 20일 만이다. 신익현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교육부의 유치원 영어 교육 ‘지양’ 원칙은 수십 년간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면서도 “다만 일각에서 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 등이 제시돼 의견수렴이 더욱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자유놀이ㆍ유아 중심의 방과후 과정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과잉 교육을 없애기 위해 방과후 영어 수업 금지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중심으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대신 구체안이 마련될 때까지 유치원의 과도한 영어 수업을 막고 고액 유아 영어 학원을 억제하기 위해 시ㆍ도교육청 및 관계 부처와 단속에 나선다. 특히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학원의 교습 시간, 교습비, 교습내용 기준을 올해 말까지 법제화 하고, 학교 영어 교육 내실화 방안도 추진한다.

한때 금지 방침을 확고히 했던 교육부가 3주 만에 한 발 물러선 것은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했기 때문이다. 유치원 방과후 금지 방침이 발표된 이후 교육계에서는 “공교육에서 영어 교육을 못하게 막으면 결국 사교육을 통한 영어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유아 대상 영어 학원과 학습지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자극했고, 영어 교육 공백을 우려한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달려가 해당 정책을 폐기해달라는 글을 수백건 게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방침은 여전히 모호하다. ‘방과후 영어 금지’ 방침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철회를 할 것인지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구체안을 내놓겠다는 내년 초까지 갈등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실제 교육부의 유예 방침이 나오자 교육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정부의 애초 금지 방침에 후퇴가 있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유아기에는 모국어를 통해 사고력, 의사소통력을 배우는데 이 시기에 제2언어가 무리하게 개입하면 모국어 형성과 발달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은 “유치원에서 가르치는 영어는 노래 따라 부르기 수준이라 과잉 교육이라 할 수 없다”며 철회를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현실 외면한 김상곤표 교육정책

진보교육감 출신으로 교육 전문가를 자처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작년 7월 키를 잡은 이후 내놓은 ‘김상곤표 교육정책’은 이렇게 이상과 현실이 상충하며 계속 삐걱대는 모습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입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이다. 당초 정부는 절대평가 과목 확대를 기정사실화했지만 학생부종합전형 불신 논란 등이 잇따르자 지난해 8월 돌연 개편을 1년 미뤘다. 당시에도 “4개 과목만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식(1안)과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바꾸는 방식(2안)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 3안은 없다”며 철저히 선을 그었지만, 결국 3주 만에 입장을 180도 뒤집었다. 그 부담은 개편 수능을 치러야 하는 올해 중3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외국어고ㆍ자율형사립고ㆍ국제고의 일반고 전환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혼란을 키운 ‘안갯 속 정책’ 중 하나다.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명확한 폐지 로드맵이나 부작용 대안 제시는 없었다. 결국 찬ㆍ반 측 모두 반발하자 교육부는 이들 학교와 일반고의 입시를 동시에 치러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애는 수준으로 봉합을 한 상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와 여당 내에서도 이런 교육당국의 일방통행식 행보가 지지층의 반발을 부르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교육부가 ‘유예’ 카드를 계속 꺼내들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정치적 판단에 밀린 결과라는 관측이다. 이낙연 총리는 이날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나간 얘기지만 교육부에서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을 가져왔길래 우려를 많이 했다”며 “교육부는 정책예고제를 얘기하지만 사전에 얘기를 들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여당 의원들도 지난 9일 김 부총리와의 만찬 자리에서 우려 의견을 적극 전달했다. 한 교육계 인사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중 가장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고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 교육정책이라는 걸 잘 새겨 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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