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역서 추모행사… 反인종주의 물결
“트럼프 시대가 킹 목사의 유산 공격”
트럼프는 이날 또 골프장행
“킹 목사의 꿈(dream)을 선택할 것인가, 트럼프의 악몽(nightmare)을 택할 것인가?”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서 킹 주니어(1929~1968) 목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미 전역에서 열린 15일(현지시간), 조지 얀시 미 에모리대 철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킹 목사의 생일(1월15일)을 기념하는 연방공휴일 ‘마틴 루서 킹의 날’을 맞아, 인종차별적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얀시 교수는 “우리는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며 “지금은 (인종차별주의에) 침묵해선 안 될 때”라고 강조했다.
외신에 따르면 실제로 이날 미 전역의 공식 행사에서 킹 목사를 기리는 것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넘쳐났다.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소굴’ 발언 파문과도 맞물려, 비난 강도는 특히 더 높았다.
킹 목사가 생전 설교했던 고향 애틀랜타의 에벤에셀 침례교회에서 고인의 딸인 버니스 킹 목사는 “아버지 유산을 반영하지 않으려는 그 한 사람보다 우리 모두의 목소리가 더 커야 한다”며 대통령을 우회 비판했다. 이 교회의 라파엘 월녹 담임목사도 “트럼프 시대가 킹 목사의 유산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킹 목사의 아들 마틴 루서 킹 3세는 아예 “우리의 대통령이 권력을 통해 인종주의를 실천하고 부추기는 게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그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를 ‘사악한 시대’라고 규정한 뒤, “위험한 권력, 위험한 자리이며 우리는 그것을 용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도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골프를 즐기는 등 공휴일 취지와 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킹 목사를 추모하는 트윗을 남기긴 했지만, 봉사활동이나 추모행사 참석으로 ‘마틴 루서 킹의 날’을 기념했던 전직 대통령들과는 달랐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외친 뒤, 다른 연휴 때와 마찬가지로 골프장에 갔다”고 꼬집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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