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좌충우돌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폈지만,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이전의 퍼스트 레이디와 달리 일방적으로 유럽의 명품 브랜드만 선호하는 ‘유럽 우선주의’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1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슬로베니아 태생의 멜라니아 여사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마다 주로 유럽 고가 브랜드 의상만 입었다. 백인 노동자를 겨냥한 ‘아메리카 퍼스트’, 즉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와는 거리가 있는 멜라니아 여사의 ‘패션 정치’가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최근 논란 속에 출간된 ‘화염과 분노’가 멜라니아 여사가 남편의 대통령 당선을 원치 않았다고 묘사한 것과 맞물려 주목 받고 있다.
외신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주위 시선을 의식해 미국 대표 디자이너 랄프 로렌 옷을 입고 나섰지만, 멜라니아 여사는 이후 유럽 의상만 고집했다. 돌체앤가바나, 크리스찬 디올, 에밀리오 푸치 , 지방시, 발렌티노 등을 돌려 입었다. 지난해 5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서방 주요 7개국(G7) 정상의 배우자들과 만날 때 입었던 돌체앤가바나 가격은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GDP)와 맞먹는 5만달러(약 5,300만원)에 달했다.
멜라니아의 선택은 전 영부인들과는 크게 대비된다. 로라 부시(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인)와 힐러리 클린턴(빌 클린턴)은 물론이고 미국의 신진 디자이너부터 중저가 브랜드까지 넘나들었던 미셸 오바마 등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물론 일부에서는 2005년 트럼프 대통령과 결혼 후 최고급 패션을 즐겨 온 만큼 멜라니아 여사의 패션 선택에 정치적 의미를 넣을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 스테파니 그리샴은 “영부인은 다른 사람 시선을 신경쓰기보다 자신의 패션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에르베 피에르도 “미국 퍼스트 레이디에게는 오래 전부터 정장과 군더더기 없는 드레스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뉴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정치 대신 다른 즐거움을 찾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호감 이미지가 멜라니아 여사의 ‘유럽 퍼스트’ 패션을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일부 유명 디자이너들이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멜라니아의 취임식 의상 협찬을 거부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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