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현지시간) 칠레 산티아고에 도착, 남미 순방의 첫 발을 뗐다. 가는 곳마다 큰 환대를 받던 교황이지만 이번만큼은 순탄치 않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부터 칠레(15~18일), 페루(18~21일)를 찾는 일정을 시작했다. 이민자들과 원주민들의 처지와 아마존 열대 우림 보존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현지 반응은 예상과 달리 차분하다. 교황의 방문에 맞춰 산티아고에는 수천 명이 모였지만, 이는 교황의 이전 순방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규모다. AP통신은 “교황이 전용 차량인 ‘포프 모빌’을 타고 숙소로 이동하며 길거리 군중에게 손을 흔들었는데, 그 수가 눈에 띄게 적었다”고 전했다.
환영 인파 속에서 일부는 ‘프란치스코, 학대를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성추행 근절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는 교황이 아동 성추행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후안 바로스 주교를 2015년 오소르노 교구장에 임명한 것에 대한 칠레 국민들이 반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바로스 주교는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성추행 한 사실이 드러나 면직 당한 페르난도 카라디마 신부와 인연이 깊다. 그는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카라디마 신부의 성추행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당수 칠레 시민들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칠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지지율은 역대 교황 중 최저 수준인 10점 만점에 5.3점에 그치고 있다. 성추행 피해자인 후안 카를로스 크루즈는 “지금 교황은 학대에 대한 용서를 구할 때가 아니다”라며 “나쁜 주교들을 감옥에 보낼 수 없다면 적어도 그들의 직위라도 박탈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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