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단 입장 첫 장면에
태극기 등장 野도 알지 않느냐”
안철수ㆍ유승민은 반대 한목소리
“우리나라 상징 반드시 보여줘야”
합당前 코드 맞추기 행보 해석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합의 시 한반도기를 드는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권 내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반대 입장을 밝힌 야권을 비판하며 교통정리에 나섰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이 총리는 16일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기 문제와 관련해 “선수단 입장 첫 장면에 대형 태극기가 들어간다. (정치권이) 그것을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무시하는 것 같다”며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주최국이라서 맨 마지막에 입장할 때 한반도기를 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을 하더라도 태극기 역시 개막식에 등장한다는 설명이다.
이 총리는 그러면서 “우리가 태극기를 들면 북한이 인공기를 들 것”이라며 “우리는 태극기를 드는데 북한에 아무것도 들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 게 종합적으로 고려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 식으로 그 동안 남북 동시 입장을 7번 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전례로 볼 때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한반도기 입장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겠다는 것은 공동 입장이라는 정치적 퍼포먼스를 위해 태극기 입장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합당에 속도를 내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에 섰다. 유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는 안이 북한의 요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리나라 대표단이 태극기를 못 들고 입장하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유 대표는 한반도기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언급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서도 “남남갈등을 장관이 부추기고 있다”면서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우리 대표단은) 태극기를 들겠다는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안 대표도 유 대표와 보조를 맞췄다. 안 대표는 이날 ‘유승민 대표가 한반도기 입장에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평창올림픽은 우리가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힘들게 전국민적 열망을 모아 유치한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상징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반도기가 아닌 태극기를 들고 입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인공기 입장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한다”고 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언급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합당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유 대표와 코드를 맞추려는 행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바른정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이 공동입장을 하면서 남은 태극기, 북은 인공기를 들고 입장하며 세계만방에 분단을 과시하자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