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사냥감을 수사자-암사자-새끼 순으로 먹는다고 한다. 힘 없는 동물은 사자 가족이 남긴 것을 먹어야 한다. 경제적 부가가치도 나눠 먹는 순서가 있다. 대기업–대기업노조–중소기업주가 사자 가족처럼 먼저 챙긴 후 남은 것을 중소기업 노동자가 받게 된다. 각자 기여한 만큼 받는 것이 공정하지만 사자 가족에겐 기여분 이상의 부당이익을 챙길 힘이 있다. 그런 힘이 없는 중소기업 노동자의 식탁엔 가죽과 뼈만 남게 된다. 대기업, 대기업노조, 중소기업주가 가진 부당한 힘을 빼야 공정배분이 가능하고 그래야 노동자의 88%인 중소기업 노동자의 삶도 나아질 수 있다.
정점에 있는 대기업엔 부당이득용 무기가 풍부하다. 일단 하청업체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특정 사업자와의 거래요구 등으로 부당이득을 얻는다. 이를 주주와 노조에게 나누어 주고 나머지는 사내유보로 남긴다. 주주 중 기업오너에겐 무기가 더 있다. 이들은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등을 무기로 부당이익을 추가로 챙긴다. 일감 놓친 중소기업이 피해자다. 사내유보금을 자사주 매입이나 계열사 지분확보 등 재벌일가의 경영권 강화에 동원하기도 한다. 대기업-중소기업 하청관계를 정상화하고, 기업 오너의 부당이득을 막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공정위의 하이트진로 제재가 반갑다.
그 다음 식사순서는 대기업 노조이다. 우리의 노조 조직률은 10%인데 대체로 대기업 아니면 공공부문으로 구성된다. 이들의 무기는 파업이다. 어떤 대기업은 작년 파업으로 최소 1.5조원의 생산 차질을 빚었단다. 대기업 노조는 파업을 무기로 연평균 7천만원 가까운 연봉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 받는다. 7,000만원이면 우리 근로소득자의 상위 10%이다. 노조에 밀린 대기업 경영진은 중소기업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으로 이익을 만회한다. KDI 연구에서도 대기업이 이익이 늘면 직원 임금은 올리지만 하청업체 단가는 잘 올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노조의 힘을 빼야 중소기업의 몫이 커질 수 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파업시 대체인력을 폭 넓게 허용하고,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불허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오너는 세 번째 순서로 식탁에 앉는다. 이들의 무기는 회계의 불투명성이다. 우리 회계감사 수준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평가에서 최근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부끄러운 수준이다. 중소기업은 외부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 회계가 더 불투명하다. 2015년 매출 5,000억원 이상 기업의 법인세 탈루율은 6%에 그치나, 100~200억원 규모 기업의 탈루율은 33%에 이른다. 중소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중소기업 노동자의 몫을 키울 수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에겐 남은 것이 배분된다. 그 결과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에 머물고 있다. 고용부의 임금통계(2017)에 따르면 상용 3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는 월 평균 545만원을 받으나 5∼300인 중소기업 근로자는 345만원을 받아 200만원 차이가 났다. 물론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낮고 한계기업이 많은 것이 중요 배경이다. 그러나 대기업, 대기업노조, 중소기업주가 부당이익을 뜯어낸 탓도 크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려면 중소기업 노동자의 소득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재벌과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 대기업 노조의 파업권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것이 해결안 된 상황에서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과 대기업 노조가 소위 빨대를 꽂아 중소기업의 이득을 챙겨 가게 된다. 남은 것이 있어도 중소기업 오너의 배만 불리고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다. 중소기업 지원은 창업초기에 국한하고 기업 보다는 개인에 대한 지원, 즉 사회복지를 늘려야 하는 이유이다. 그래야 어려운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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