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여고 동아리의 댄스 공연ㆍ영상 등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음란물처럼 공유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H여고 댄스 동아리는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A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우리 공연 사진이 올라와 있는데 사진을 본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성희롱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동아리에 따르면 이들 사진은 A 커뮤니티 내 ‘은꼴’ 게시판에 올려졌다. ‘은꼴’이란 노골적 노출 대신 은근한 노출로 성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사진 따위를 뜻한다. 사실상 음란물로 분류된다. 동아리 측은 “우리가 포즈를 야하게 취한 것도 아니고, 성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진도 아니었다”면서 “(그런데) 성희롱을 당하고 있어 더 화가 나고, 손이 떨린다”고 했다. 특히 이 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는 여학생은 온라인에 노출된 개인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와 성희롱까지 당한 적이 있다고 호소했다.
A 커뮤니티는 2012년 개설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정보 공유 사이트로, 동시 접속자가 1,000명에 달하는 중대형 커뮤니티다.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게시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16일 A 커뮤니티 내 문제의 게시판에서는 실제로 일반인 여고생들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사진만 올리는 회원도 여럿 존재한다. 이들은 게시물 제목에 ‘고등학생’을 뜻하는 은어를 적어 넣는 식으로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에는 대부분 여고생들을 ‘도촬(도둑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장면들이 담겨 있다. H여고 동아리의 사례처럼 일반 여고생들의 댄스 공연, 사진 등도 무분별하게 게재돼 있다.
A커뮤니티 운영진은 게시판 공지사항에 “능욕, 합성 관련 자료 첨부 및 요청 금지”,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관련 규제 강화” 등의 글을 올려 일반인 대상 음란물에 대한 법적 처벌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관리에는 손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실제 이날 오전만 해도 이 게시판에는 여고생들을 도촬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이 10건 넘게 올라왔다. 모두 별다른 제약 없이 열람 가능했다.
H여고 댄스 동아리는 “(이 커뮤니티에) 상상 이상으로 많은 댄스 동아리 사진이 있고, 심지어 영상까지 올라온 댄스 동아리도 있다”며 “우리 팀원 모두 너무 놀란 상태”라고 밝혔다. 동아리측은 “해당 사이트에서 우리 동아리를 비롯해 또 다른 여고 댄스 동아리의 영상, 사진을 보면 신고를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A 커뮤니티 측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