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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사는 노인, 요양시설 더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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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사는 노인, 요양시설 더 많이 간다

입력
2018.01.16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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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시설급여 전환도 많아

독거 노인보다 최대 32배

가족수발 2년차가 최대 고비

“재가급여 서비스質 향상 시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지역에 사는 박모(87)씨는 최근 아내(83)를 인근의 노인 요양원에 보냈다. 가벼운 치매로 장기요양 4등급 판정을 받은 아내의 병이 진행될수록 홀로 돌보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출가한 자녀들이 찾아와 목욕 등을 도와줬지만 돌봄의 주 책임은 박씨의 몫. 결국 아내의 시설 입소 결정을 내린 박씨는 “집보다 환경도 좋고 아무래도 전문 인력의 도움을 받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요양시설(이하 시설)로 가는 노인들은 누구의 의지에 따라 선택을 한 것일까.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이 독거 노인보다 요양시설에 가는 비율이 최대 3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보다는 가족의 편의에 따른 결정인 셈인데, 그만큼 재가 서비스의 질이 낮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1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장기요양 인정자의 최초 재가급여 선택과 유지 및 이탈에 대한 영향요인’(저자 석재은 한림대 교수 등)에 따르면, 가족과 함께 사는지 여부가 노인의 시설입소를 결정짓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8~2015년 국민건강보험의 노인장기요양 서비스를 받은 노인 50만9,806명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다.

65세 이상 노인은 건강이 일정 수준보다 나쁘면 장기요양 인정 판정을 받는다. 살던 집에 그대로 머물며 장기요양보호사의 방문요양 서비스를 받는 재가(在家)급여와 시설에 입소하는 시설급여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조사결과, 처음 선택에서 전체 대상자의 66.2%(약 34만명)는 재가급여를, 33.8%(17만명)는 시설급여를 골랐다. ‘가족과 함께 살지만 수발자가 없는 노인’은 처음부터 시설을 선택하는 비율이 72.4%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처음엔 재가급여를 선택했다가 시설급여로 갈아타는 경우도 결과는 비슷했다. 가족과 함께 살지만 수발자가 없는 노인은 절반 이상(51.2%)이 중간에 시설급여로 전환한 반면 수발자가 있거나 독거노인의 경우 시설로 전환하는 비율이 0.8~3.8%로 미미했다. 연구진은 “혼자 사는 노인은 집에 머물고 싶은 자신의 욕구에 따라 재가급여를 받는 반면,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은 (본인보다는)동거 가족에 뜻에 의해 시설로 가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처음 재가급여를 받던 노인이 시설급여로 갈아타는 시점은 2년 차(33.6%)가 가장 많아 연구진은 이때를 ‘가족 수발의 최대 고비’로 꼽았다.

특히 노인의 성별, 소득 계층, 연령, 건강 수준 등 다른 변수의 영향을 통제한 분석 결과를 보면 이런 양상이 더 뚜렷하다. 가족이 있지만 수발자가 없는 노인은 혼자 살며 수발자가 없는 노인보다 중간에 시설로 갈아타는 확률이 32배나 높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노인과 동거하는 가족이 급격히 지치고 그 결과 가족 뜻에 따라 노인을 시설로 보내는 현실을 보여 준다”며 “노인이 가족과 따로 살면서도 불편함이 없도록 재가급여 서비스를 시설급여 수준으로 늘리고 가족수발자의 고통을 나눌 수 있게 휴가 보장 등으로 지원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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