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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토막 살인사건의 시작이자 끝은 피해자 신원 확인"

입력
2018.01.16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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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사 지휘 최승우 경감

2015년 시화호 토막 살인사건 발생 당시 현장 수사를 지휘했던 경기 시흥경찰서 강력계장 최승우 경감. 시흥=이상무 기자
2015년 시화호 토막 살인사건 발생 당시 현장 수사를 지휘했던 경기 시흥경찰서 강력계장 최승우 경감. 시흥=이상무 기자

“피해자가 억울해서 자기 찾아달라고 그렇게 바다로 안 떠내려가고 있던 건 아니었을까요?”

시화호 토막 살인 사건 수사를 현장에서 지휘했던 경기 시흥경찰서 강력계장 최승우(56) 경감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게 뭐냐’는 질문에 사무실 천장을 바라보며 이렇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몸통이 조력발전소 쪽으로 더 내려가서 바다로 나가버리거나, 머리ㆍ손ㆍ발도 썰물이랑 같이 흘러갔으면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증발해버리는 것”이라며 “그렇게 시화호 근처에 있어줬으니 우리가 누가 피해를 당한 건지, 범인이 누구였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막 살인 사건 범인은 대부분 완전범죄를 꿈꾼다는 게 최 경감 얘기다. “피해자가 누군지 알 수 없게 해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토막 살인 사건 시작이자 끝은 ‘피해자 신원 파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특히 신원 파악이 바로 가능한 손이 발견되면 초반에 해결되지만, 시화호 사건처럼 몸통부터 발견되면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물론 피해자 신원이 나오면 그때부터 시작이다. 최 경감은 “피해자 신원이 파악되면 주변인 탐문부터 폐쇄회로(CC)TV 수사를 정말 철저히 할 수 밖에 없다. 토막 살인 사건에 수사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피해자 정보를 힘들게 알아도 범인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포항 흥해 토막 살인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8년 7월 8일 경북 포항시 흥해읍 한 도로변 갈대숲에서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다리가 발견됐다. 그 뒤로 오른팔, 왼팔, 왼쪽 다리, 머리, 몸통이 2주 동안 차례로 나타났지만 손가락 끝 마디가 모두 절단돼 있고 머리와 몸통의 부패가 심해 신원을 알아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사건은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최 경감은 “범인들도 절대 찾지 못할 거라 생각한 시신이 갑자기 나타난다거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해자 신원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며 “죽은 피해자들이 결국 수사를 도와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완전범죄는 없다”고 말했다.

시흥=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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