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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해고’ 폐기했는데… 광주디자인센터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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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해고’ 폐기했는데… 광주디자인센터 ‘엇박자’

입력
2018.01.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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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점 미만 1년 계약직 3명 퇴출

팀장이 점수 주고, 그 점수 검증도

피평가자 면담 없이 점수 부여

원장 평가 종합 의견도 누락

“중간관리자 자의적 평가” 반발

광주디자인센터 전경
광주디자인센터 전경

광주시 출연기관인 광주디자인센터가 지난 3일 계약직 근로자들에 대해 소명 기회도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만료 하루 전에 계약 종료를 통보해 부당해고 논란(본보 12일자 14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계약 종료의 근거인 근무성적 평가도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 근로자들은 “중간 관리자들의 농단으로 자의적 평가가 이뤄졌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당장 디자인센터가 근무성적 평가 결과 100점 만점 기준에서 80점 이상 대상자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지난해 9월 정부의 저성과자에 대한 ‘쉬운 해고’ 지침 폐기에 반해 엇박자를 놓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디자인센터는 지난해 1월 5일 1년 기간의 계약직 근로자로 뽑은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특기자 5명 중 최종 평가 점수가 정규직 전환 기준인 80점 미만인 A(26)씨 등 영어특기자 3명에 대해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디자인센터는 수습 기간(3개월)과 이후 근무 기간의 평가점수를 50%씩 합산해 최종 점수를 매겼다.

그러나 수습기간 평가 때 80점 이상 고득점을 얻었던 A씨 등의 수습기간 이후 평가 점수가 갑자기 50~70점으로 뚝 떨어지면서 평가자들의 점수 부여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자인센터 원장도 “놀고 먹으면서 일을 해도 50점은 나오겠다”고 말해 평가 점수의 객관성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평가 절차도 졸속으로 진행됐다. 디자인센터는 당초 직원 정기 근무성적 평가계획에 따라 1차 평가자(담당 부서 팀장)와 2차 평점 확인자는 성적 평정 직전 피평가자들과 면담을 실시한 후 점수를 매기도록 했지만 이를 무시했다. 또 피평가자의 근무실적과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평가 점수를 같은 부서에 근무하지도 않는 타 부서 팀장 2명이 각각 20%씩 주도록 했다.

더 황당한 것은 1차 평가자에게 자신이 매긴 점수가 객관적이고 타당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게 하는 2차 확인자 평가까지 맡겼다는 점이다. 실제 디자인센터는 애초 2차 확인자로 광주시에서 파견된 디자인비엔날레추진단장을 지정했지만 추진단장이 평가 기간(지난해 12월 20~27일) 도중 시로 복귀한다는 이유로 1차 평가자에게 2차 평가도 같이 하도록 했다.

하지만 추진단장은 2차 확인자 평가가 끝난 이튿날인 12월 22일 시청으로 복귀한 것으로 확인돼 디자인센터가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의도적으로 추진단장을 2차 확인자에서 배제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추진단장은 “디자인센터 측이 일부러 나를 배제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업무 미숙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본다”며 “다만 이번에 계약 종료된 A씨 등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고도 남을 실력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디자인센터는 이에 대해 “추진단장이 지난해 12월 21일 2차 확인자 평가를 할 수도 있었지만 이후 평가 진행 과정에서 절차상 2차 확인자가 필요한 (업무)상황도 있을 수 있어 22일 복귀가 예정된 추진단장 대신 1차 평가자에게 2차 평가도 맡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평가 과정에서 있어서 절차적 공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던 디자인센터는 정작 2차 확인자와 최종등급결정자(원장)가 ‘근무성적 평정서’에 기재하도록 돼 있는 평가 종합 의견이 누락됐는데도 원장의 결재를 받아냈다. 또 지난해 12월 26일 예정돼 있던 평가 결과(점수)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돌연 이달 3일 퇴근 무렵 A씨 등 3명에게 “내일까지만 나오라”며 사실상 해고를 통보했다.

A씨는 “디자인센터가 수습평가 때는 18명의 평가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까지 요구하며 공개 평가를 하더니 이후 근무평가 때는 왜 당사자 면담도 하지 않고 평가 점수 공개까지 거부했는지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번 평가 과정을 보면, 1차 평가자인 팀장(3명)들이 특정인(영어특기자)을 떨어뜨리기 위해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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