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 놓고 김양ㆍ박양 격돌
김양 “고양이 목 졸라 봐야겠다” 폭력성향
김양 측 “자폐 성향 타인 조종 받기 쉬워”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주범 김모(18)양의 아스퍼거 증후군(정상지능이나 사회성이 결여된 발달장애의 한 형태) 여부를 두고 김양 측과 공범 박모(20)양 측 사이에 날 선 공방이 벌어졌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아 현실감각이 떨어졌던 김양을 박양이 조종했다는 주장과 김양에게 원래 폭력 성향이 있었다는 주장이 격돌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 심리로 15일 열린 항소심 3회 공판에는 김양의 우울증 등을 진료해 온 정신의학과 전문의 차모씨가 김양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차씨는 2015년 11월 처음 김양을 면담해 사건 발생 바로 전 날인 2017년 3월 28일까지 총 26차례 김양을 검사하고 치료해왔다. 차씨는 “김양에게 우울증세와 적응장애가 있었고 뉘앙스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이해하지 못하는 등 사회적 상호작용에 장애가 있었다”며 “2016년 6월 무렵 상호작용에 본질적 장애가 있는 자폐양상이 발현되는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소견을 밝혔다. 사건 당시 아스퍼거 증후군 가능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김양이 가진 정신 질환이 사건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몰입과 집착 증상이 강해졌다면, 정신병적 증상이 가미되고 타인과의 논의도 있었다면 상황에 심하게 몰입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양의 살인 교사가 범죄 방아쇠가 됐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오랜 기간 왕따를 당해 온 김양이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박양에게 정서적 지지를 받기 위해 판단력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청소년이 법 위반을 조장하는 또래에 의해 쉽게 조종될 수 있다는 의학 서적 내용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박양 측 변호인은 의사 차씨를 상대로 어릴 때 영재교육까지 받았던 김양을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볼 수 없다며 반격에 나섰다. “면담에서 ‘인간의 3분의 2는 사라지는 게 낫고, 인류는 적은 수로 생존하는 게 맞다. 맨 밑에 깔려 있는 계층을 제거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목 졸라 봐야겠다’, ‘시체 꿈을 꾸는데 무섭지 않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냐”는 등 폭력적 성향에 관한 질문에 차씨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박양의 험담을 한 점을 들어 김양이 박양 환심을 사기 위해 살인까지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심 판사도 “범행에 가까운 전날 김양의 상태가 어땠나”, “살해하거나 사체를 손괴하는 걸 인식하지 못할 만큼 판단력 떨어진 상태였나” 등 송곳 질문을 수 차례 쏟아냈다. 차씨는 “전체적인 상황 파악 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인 건 맞다”면서도 “사건 내용을 세밀히 알지 못해 판단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심리 도중 김양이 돌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정신건강 상태를 설명하던 차씨에 대해 “마이크 소리가 너무 크고 울리니 작게 말해달라”고 소리 내 불만을 표현하는가 하면 박양 측 변호인이 차씨에게 “김양이 본인을 서른 살이라고 말하기도 한 게 맞냐”고 묻자 “그런 적 없는데요”라고 목소리를 높여 재판장 제지를 받기도 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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