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없이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승용차를 몰았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에 해당할까.
양모(23)씨는 지난해 5월 강원 강릉시의 한 아파트단지 지하주차장에서 50m 구간을 혈중 알코올 농도 0.166%의 상태로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아파트 주민 오모(53)씨는 이를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은 양씨에게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그러자 양씨는 욕설을 하며 경찰관의 목 부위를 3차례 폭행했고 “왜 신고했냐”며 이웃 오씨도 때렸다.
1심은 양씨에게 적용된 폭행과 공무집행방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무면허 운전을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이후 피해자 오씨와 합의해 2심에서 징역 8월로 감형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양씨에게 적용된 ‘무면허운전’ 혐의를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2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아파트 주민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주차장은 도로교통법이 적용되는 ‘도로’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43조는 ‘누구든지 운전면허를 받지 않거나 운전면허 효력이 정지된 경우 자동차 등을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조항을 두고 있다. 또 같은 법 제22조 26호는 ‘도로’의 정의로 ‘도로교통법ㆍ유료도로법ㆍ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도로나 현실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량이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라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 조항을 꼼꼼히 살핀 뒤 “양씨가 운전한 장소는 도로가 아니고, 도로에서 운전하지 않았는데도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비춰 허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전면허 없이 차량을 운전한 곳이 일반교통 경찰권이 미치는 공공성이 있는 장소가 아니라 특정인이나 그와 관련된 용건이 있는 사람만 사용할 수 있고 자체적으로 관리되는 곳이라면 도로교통법이 정한 ‘도로에서 운전’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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