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위험한 3D업종 인식에
모집인원 30%만 고용 ‘구인난’
“임금 격차^노동조건 개선 통해
5년간 5500개 일자리 만들 것”
2015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3년간 인천시와 경기 시흥시에 있는 대기업 협력업체와 중소기업 몇 곳을 전전한 김모(23)씨는 현재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일할 곳이 없어서다. 김씨는 “사람을 뽑는 곳을 보면 월 150만원을 주는 곳이거나 3년이나 5년 이상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당연한 주말근무, 짧은 정년 등도 이력서를 낼 마음을 사라지게 한다”고 했다.
인천 서구 가좌동에서 드릴 날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용문정공은 1년 내내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선반공이나 용접공을 찾지만 찾아오는 사람은 퇴직한 50~60대 남성이나 경력이 없는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퇴직자들을 보충하지 못해 21명이던 직원은 어느새 16명까지 줄었다. 이중 20~30대는 외국인 노동자 4명뿐이다.
여양구(58) 대표는 “꼭 채워야 하는 빈자리가 3자리인데 4개월째 그대로”라며 “가장 최근에 뽑은 사람도 작년 6월 입사한 동갑인 남성이었는데 몇 개월 만에 그만뒀다. 기술이 필요할 뿐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 아닌데도 젊은 사람들이 지원을 안 한다”고 하소연했다.
제조업 경쟁력 토대가 되는 주조 금형 용접 등 기초공정산업을 가리키는 ‘뿌리산업’ 인력난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업종’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노동조건도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20대 청년인력 종사율이 9.45%(40대 이상 64.2%)에 불과할 만큼 고령화가 뚜렷하다.
뿌리산업에 고용이 집중된 인천은 다른 지역보다 더 고민이 많다. 기업과 신규취업자, 재직자를 종합적으로 지원해 ‘청년 취업 활성화’와 ‘장기근속 유도’를 쫓는 뿌리산업 평생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를 인천시가 추진하는 이유다.
14일 시에 따르면 제조업 종사자 비율은 24.7%로 전국 평균(19.4%)보다 5.3%포인트 높다. 뿌리산업 비중도 높다. 공장등록업체 1만1,355곳 중 28%(3,183곳)가 뿌리산업이다.
지난해 조사 결과 인천 뿌리산업 구인인원은 5,345명이었으나 구직인원은 3,644명으로 수요 대비 68.2% 수준이었다. 고용까지 이어진 비중은 29.2%(1,561명)에 그쳤다. 퇴직자의 44.2%가 ‘입사 1년 미만’일 정도로 오래 일하지도 못했다.
‘2016 뿌리산업인력수급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인력 충원 때 겪는 가장 어려움은 ‘임금(31.1%)’이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가 꺼내든 것이 신규취업자를 위한 지원금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고용노동부와 함께 뿌리산업 기업 신규취업자 중 임금이 2, 3인가구 최저생계비(월 170만8,253원~220만9,890원) 미만인 2,500명에게 경력형성금을 줄 계획이다. 연봉에 따라 매달 15만~30만원을 1년간 지원한다. 3개월 이상 일한 청년취업자 3,000명에게도 복지비 월 10만~30만원을 1년간 준다.
신규취업자가 최근 1년간 3명, 2년간 5명 이상인 곳은 작업장 환경과 복지시설 개선 비용을 지급한다. 직원 수에 따라 1,000만~4,000만원을 5년간 100개 기업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까지 제물포스마트타운에 뿌리산업지원센터를 한시적으로 설치해 운영하면서 취업과 노동조건 개선 지원, 직업훈련 프로그램 안내, 인식 개선 프로그램 개발ㆍ운영 등도 후원한다.
시 관계자는 “5년간 208억원을 투입하는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를 통해 중장년ㆍ청년 일자리 5,500개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며 “뿌리산업 육성과 일자리 질 개선,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