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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스포츠의 힘 위대… 문화ㆍ예술 교류도 물꼬 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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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스포츠의 힘 위대… 문화ㆍ예술 교류도 물꼬 틀 것”

입력
2018.01.15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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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라인 통해 북한 움직임 파악

신년사 통해 일찍 발표해 다행

남북 공동입장은 이전 사례 많아

피겨 단일팀은 논의ㆍ검토 안 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밝은 표정에선 북한의 참가 선언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를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이 내비쳤다. 12일 서울 서계동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도 장관은 “핑퐁 외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스포츠의 힘은 위대하다. ‘평화가 곧 길’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평화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았던 때였음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올림픽으로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우리의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았던 때였음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올림픽으로 치를 수 있게 된 것은 우리의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영권 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펴왔는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여러 상황들을 공유했다. 피겨 페어 렴대옥-김주식 조의 출전권 확보 외에도 크로스컨트리와 알파인 스키 종목 등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올림픽 참가 의도가 없다면 맹훈련을 했겠나. 여러 라인을 통해서 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반드시 1월 중엔 의사를 밝힐 것이라 생각했다. 북이 1일 신년사를 통해 일찍 발표해 다행스럽다.”

-선수단뿐 아니라 대규모의 방문단이 온다.

“우리도 놀랐다. 체육 교류가 문화 예술 교류로 확산되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우리도 교류하겠다’고 나올 텐데 차분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혼선이 올 수 있다. 북쪽에서 남쪽 반응을 보고 과도한 요구를 하면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질서 있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 선수단 지원과 관련 유엔의 제재를 피할 수 있는가

“제재 대상 품목이 있고, 제재 대상 인물이 있다. 방법을 찾으면 된다. 제재 목적과 별개인 올림픽 행사를 위한 것이니 IOC, 유엔 등과 상의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본다.”

-공동 입장, 공동 응원, 단일팀 구성 등에 시간이 빠듯하지 않나

“공동 입장은 이전 사례가 많이 있어 어려움이 없다. 공동 응원은 작년 무주 태권도 세계대회 공동 응원단이 꾸려진 적 있고, 강릉 테스트 이벤트에서 남북 아이스하키가 맞대결을 했을 때 공동 응원 경험도 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선 남쪽에서 받을 수 있는 인원과 북쪽의 요구 인원이 5~6명 정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IOC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우리 선수들하고도 논의할 것이다. 단, 피겨 단일팀은 IOC와 논의한 적도 없고, 자체적으로 검토하지도 않았다. 아이스하키는 IOC, 북한과 진작부터 상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남북 교류 진행상황을 보며 올림픽의 힘을 실감할 수 있었다

“체육이 얼어붙은 관계를 풀어가는 건 미중 핑퐁 외교에서 확인된 적이 있다. 스포츠가 갖고 있는 힘은 위대하다.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이 그렇다. 올림픽 기간 전쟁을 금지하고 사람 찌르던 창으로 멀리 던지기를 겨뤘고, 육박전 대신 레슬링 등으로 승자를 격려했다. 지금은 단절된 남북협력 사업 중에 개성 만월대 문화재 발굴 사업이 있는데 사업 도중 금속활자가 나왔다.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72년 앞선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실물이다. 지난 남북고위급 회담 때 평창올림픽 기간 그 금속활자와 유물을 북한에서 가지고 내려와 전시했으면 좋겠다 제안했다. 그쪽에서도 알아보겠다 했다. 금속활자는 한글, 거북선 등과 함께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적 유산이다. 올해는 고려 건국 1,100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향후 남북 교류 계획은

“체육을 통해 물꼬가 터지면 문화 예술 교류 등 다른 분야까지 확산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잘 되면 8월의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으로도 스포츠를 통해 화해 기류를 이어갈 수 있다. 하계에는 출전 선수나 종목이 더 많다.”

-평창올림픽이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는가

“뭐니 뭐니 해도 평화 올림픽으로 치러냈다는 것이다.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았던 때에 평화올림픽으로 치러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평창을 평화의 ‘평’, 번창의 ‘창’ 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30년 전 서울올림픽 때에는 우리도 올림픽을 치를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릴 수 있었다면, 2002 한일월드컵 때는 ‘다이나믹 코리아’를 각인시켰다. 평창에 온 전세계인들이 우리의 5G 등 ICT 기술을 경험하고 놀라워할 것이다. 작년 12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9,700달러였는데 평창올림픽, 패럴림픽 기간에 3만불 시대가 열릴 것이다. 선진국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취임 후 블랙리스트 청산과 올림픽 준비에만 집중했다

“블랙리스트 청산 등과 함께 준비했던 게 ‘문화비전 2030’이다. 앞으로 10~20년 내다보는 문화를 설계해야 한다며 4개월 여 준비했고, 3월까지 안을 만들어 밝힐 것이다. 기조는 ‘사람이 있는 문화’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라는 책의 한국판 서문에서 ‘인간은 권력을 획득하는데 유능하지만 권력을 행복으로 바꾸는데 그리 능하지 못하다라며 한국인은 특히 더 그렇다’라고 썼다. 새겨 들어야 할 말이다. 문체부가 하는 일의 목표는 국민의 행복, 그걸 위해 기여하는 것이다.”

-동계올림픽에서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종목은

“피겨 페어다. 늘 미끄러지고 여차하면 자빠지는 얼음 위에서 남녀가 고난도 연기를 펼치는 것이 참 대단하다. 둘이 빙판 위에서 조화와 균형을 함께 이루는 걸 보면 함께 살아가는 인생이 보인다. 직장이나 가정이나 우리 삶 곳곳이 빙판이다. 한 쪽 힘만 세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함께 나누고 모으고 분배를 잘해야 한다. 인생에 페어의 기술을 넣으면 우리 생활도 예술이 될 수 있겠더라.”

인터뷰 이성원 스포츠부장

정리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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