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부서 토요일 오전 긴급문자
“즉시 피난처 찾아라, 훈련 아냐”
北 위협에 지난달 훈련 경험
주민ㆍ관광객 공포 극대화
작업 교대 중 버튼 잘못 누른 탓
美 방공시스템 신뢰성에 의문
‘하와이로 오는 탄도미사일 위협. 즉시 피난처를 찾아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
13일(현지시간) 오전 8시7분 주말을 맞아 늦은 잠에 빠져 있던 미국 하와이주 주민들은 주정부비상관리국(EMA)이 발송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8시20분 ‘미사일 위협은 없다’는 EMA 측의 긴급 트위터 성명과 다시 25분이 지나 ‘하와이주에 대한 미사일 위협이나 위험은 없다. 반복한다. 잘못된 경보이다’라는 공식 정정 메시지를 받기까지 섬 전역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미 CNN방송은 긴급대피 소동으로 빚어진 38분간의 혼란상을 “(하와이가) 천국에서 패닉으로 변했다”고 표현했다.
잘못된 경보는 임무교대 시간에 담당자가 버튼을 잘못 눌러 발생한, 단순 실수로 밝혀졌다. 데이비드 이게 하와이 주지사는 이날 “EMA가 작업교대 도중 시스템을 점검하다 빚은 실수였다.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사과했다. 미 국방부와 태평양사령부도 각각 입장을 내고 “하와이에 어떤 탄도미사일 위협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비상매뉴얼 점검 등 잘못된 경보가 발령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당국의 해명과 조속한 해결 의지에도 공포는 이미 섬 전체를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게다가 북한과 가장 가까운 하와이에서는 지난달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북핵ㆍ미사일 공격을 가정한 대피 훈련까지 실시된 터라 주민과 관광객들이 느끼는 ‘패닉 효과’는 극에 달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관광을 온 한 50대 여성은 “문자를 받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도로 위 운전자들이 차를 버려둔 채 인근 터널로 대피한 탓에 호놀룰루 고속도로(H-3)에는 텅 빈 차량만 가득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마침 하와이에서 열린 미 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 출전 선수들도 대피 행렬에 동참했다. 골퍼 콜트 노스트는 “아침 식사 도중 경보가 동시에 울렸다. 모두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소리만 질렀다”고 말했다.
주정부가 경보 발령 13분 만에 트위터로 오류임을 알렸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지 않은 주민들은 경보 이후 38분이 지나서야 정식 통보를 받은 셈이어서 당국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CNN은 “북한이 쏜 마사일이 하와이에 도착하는데 20여분이 걸린다”며 “태평양사령부가 미사일을 인지하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데 5분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15분 안에 주민 대피 조치가 끝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고는 미 방공시스템에 대한 신뢰성에도 다시 한 번 의문을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을 언급하며 “적 미사일의 97%를 공중에서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 방공망의 취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전직 미 국방부 관료인 군축핵확산방지연구소의 필립 코일 수석과학조언가는 과학전문 온라인매체 라이브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1959년 ICBM 기술을 처음 개발한 이래 대응 연구를 해 왔지만 아직도 국민을 완벽하게 보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CBM 요격의 난점은 미사일이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에서 움직이는, 3단계 비행과정을 거치는 것인데 각 단계에서 모두 미사일을 쏘아 맞추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경보가 발령된 시각,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클럽에 있었다. 백악관은 실제 탐지된 위협이 없어 별도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