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주차 단속 강화방안에
“헐렁한 주차장법 손대야 근본 해결”
편중 현상으로 제천참사 언제든 재발
이용수요 최대 반영하는 법 개정 필요
지난 12일 낮 1시쯤 경기 수원시 광교지구 카페거리. 점심시간에 맞춰 업무지구에서 식사를 하려 몰려든 차량들이 주차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영업 중인 상가에 비해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도로 한 차선을 차들이 점령하고, 심지어 인도 위도 차량들이 주차된 상태였다. 지난해 말 충북 제천 참사와 같은 대형 화재가 발생한다면 구조ㆍ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아찔한 상황이 재연될 게 뻔했다.
광교지구 주차난은 도시 밑그림을 그릴 때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많다. 건축 연면적의 40% 이내에서 상가를 들일 수 있는 ‘점포겸용’ 다가구주택을 허가하면서도 주차장 설치기준은 기존 시 주차장조례를 사실상 준용한 탓이다. 조례는 다가구주택의 경우 ▦연면적 85㎡ 이하면 1대 ▦85㎡를 초과하면 70㎡당 1대만 확보하도록 돼 있는데, 1,2층에서 식당과 카페 등이 2,3곳씩 들어서 거주자 차를 세워둘 공간조차 부족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주차장 설치기준은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조례로 정하고 있어, 수원시보다 기준을 완화한 곳도 많다. 14일 본보가 경기도내 주요 시군의 조례를 살펴본 결과, 성남시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는 단독주택 면적이 50㎡ 초과 150㎡ 이하면 단 1대만 확보하면 된다. 몇 세대가 거주하든 면적이 기준이다.
고양시는 골프연습장의 주차 기준은 1타석당 1대, 옥외수영장은 15인당 1대, 관람장은 100인당 1대로 정했다. 시설면적 200㎡당 1대를 잣대로 1ㆍ2종 근린생활시설과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곳도 수두룩하다. 인근에 공영주차장이 없다면, 대기 고객들은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최근 ▦소방차 통행 방해 훼손보상 제외 ▦다중이용업소 주변 주차금지구역 지정 ▦소방차 전용구역 주차 100만원 이하 과태료 등 단속 강화방안을 잇따라 내놓아 ‘서민 규제’만 옥죈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인명구조, 화재진압 등을 방해하는 불법주차를 없애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주차난 해소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여론에 떠밀린 ‘땜질식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물주와 이용자간 민민(民民) 갈등만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전문가들 역시 일본처럼 ‘차고지 증명제’를 전면 도입하거나, 차량 구매자에게 ‘주차세’를 부과해 주차장 신설 용도로만 쓰는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책 마련과 함께 주차장 설치기준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빈미영 경기연구원 휴먼교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도 차량등록대수보다 주차장이 더 많은데도 주차난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대 별, 지역 별, 용도별로 차량이 몰리고 흩어지는 편중현상 때문”이라면서 “건물을 지을 때 이용수요를 최대한 감안하도록 주차장 설치기준을 전체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12월 기준 경기도내 주차장은 520만면으로 자가용 차량등록 대수(492만대)의 105.7%에 이른다.
유명식기자 gija@han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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