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4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구조개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국회 입법이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사법개혁특위를 통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나서는 등 입법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개혁안을 전제로 한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라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권력기관 구조개혁안 중 핵심인 공수처 설치 법안은 이미 조직 구성과 수사대상 범위를 구체적으로 담은 박범계 민주당 의원안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안 등 4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부도 지난해 10월 수사인력을 최대 55명 이내로 하는 자체 안을 내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일단 입법권을 갖고 있는 사개특위에 당력을 집중해 법무부안을 중심으로 공수처법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이다. 사개특위 소속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에서 검찰 등 법조개혁에 제동이 걸려 사개특위가 만들어진 만큼, 사개특위 차원에서 공수처 설치 법안이 처리되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여야 합의 불발 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을 이용한 우회적 법안 처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박 의원은 “(패스트트랙보다는) 사개특위 차원에서 의결이 된다면 이후 처리 과정은 여야 원내대표 간에 정치적 합의로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관건은 한국당의 입장이다. 사개특위 한국당 간사이기도 한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청와대가) 검찰개혁의 상징인 것처럼 공수처 설치를 들고 나온 것은 일관되게 이를 반대해 온 한국당을 반개혁세력으로 몰고 가고자 하는 선전포고에 불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개특위 위원은 민주당 7명, 한국당 7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국민의당의 선택도 중요하다.
검찰개혁의 또 다른 축인 검ㆍ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서는 한국당도 지난해 11월 법사위 논의에서 일정 부분 공감대를 보인 만큼 공수처 설치 법안보다는 접점을 찾기 쉬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의원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대공수사권 이관을 골자로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은 여야 입장 차이가 크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12일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 국정원 직무에서 국내 보안정보와 대공수사 개념 삭제 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정보위 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대공수사는 (일반수사와) 상당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수사권을 경찰로 넘긴다는 거 자체가 어려운 일 아니겠느냐”며 “(대공수사권 이관 반대는) 한국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넘겨 받을 안보수사처(가칭) 및 국가수사본부(가칭) 설치, 자치경찰 도입을 골자로 하는 경찰 개혁안은 아직 입법에 시동을 걸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그간 경찰청 차원에서 개혁안을 준비해 온 만큼, 관계부처 및 국회와의 조율을 거쳐 조속한 시간 내에 법안 발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권력기관 개혁 과제 역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그동안이 각 부처, 기관의 시간이었다면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국회 결단으로 대한민국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