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MB시절 협정 ‘셀프 공격’
靑도 “초기 해명 등 아쉬움” 인정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한 달 만에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봉합됐다. 하지만 국익보다는 정쟁 프레임으로 외교사안을 다룬 정치권과, 각종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했던 청와대의 메시지 관리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임 실장의 UAE 특사 파견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UAE 불만설’ ‘MB 정부의 원전 수주 뒷조사에 따른 UAE의 국교단절론’ 등을 제기해 왔다. 이를 문재인 정부의 ‘원전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당이 집권여당일 때 체결한 협정과 MOU가 문제의 불씨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머쓱해진 상황이다. MB 정부 때인 2010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양국 간 군사협력과 관련한 MOU의 존재가 논란이 돼 왔고, 당시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의 지적이 있고서야 국방부가 이를 시인했다. 이처럼 당시 상황을 잘 아는 MB 정부 관계자들에게 최소환의 확인 절차만 거쳤어도 피할 수 있었던 무리한 정쟁을 주도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야당의 정치 공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MBㆍ박근혜 정부의 이면합의를 ‘외교 적폐’로 규정하며 반격에 나섰다. 추미애 대표는 10일 “UAE 원전 이면계약은 반드시 헌법 질서에 따라 진행돼야 할 사안인데, 이명박 정권은 끝내 국민을 속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1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앞의 정부에서 양국 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여당도 당분간 이면합의를 문제 삼기 어려워졌다.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도 논란을 키웠다. 청와대는 임 실장의 특사 파견이 장병 격려 차원이라고 밝혔으나, 한 달 전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아크부대를 방문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었다. 이후 대북접촉설, 원전 수주 당시 리베이트 조사설 등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 이전 정부에서 소원해진 관계 개선 등의 설명을 추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울러 UAE 방문 당시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의 배석, 임 실장과 최태원 SK 회장과의 면담 등이 공개되면서 의구심이 더욱 증폭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대가 있는 외교사안이다 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지만 초기 대응에 아쉬움이 크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정부 초기에는 외교ㆍ안보 사안을 실무 부처보다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외 공개 여부에 대한 분명한 원칙이 없었고,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과의 소통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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