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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에 수천개 물통가방 기부한 청년 사업가 “올해는 미국 진출해야죠”

입력
2018.01.14 14: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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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제리백` 박중열 대표가 제리백이 만들어 파는 여러 가방을 소개하고 있다. 제리백은 가방 하나가 팔리면 아프리카 우간다 어린이들에게 물통 가방을 하나 기증한다. 신상순 선임기자.
사회적 기업 `제리백` 박중열 대표가 제리백이 만들어 파는 여러 가방을 소개하고 있다. 제리백은 가방 하나가 팔리면 아프리카 우간다 어린이들에게 물통 가방을 하나 기증한다. 신상순 선임기자.

“제가 나눠준 가방을 멘 아이가 제 손을 잡고 고맙다는 말을 했을 때 가슴속 깊은 곳에서 뭔가 울컥하더라고요.”

가방을 하나 만들어 팔 때마다 아프리카 우간다 아이들에게 ‘물통 가방’을 하나씩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 ‘제리백’의 박중열 대표는 자신이 이 사업을 평생 업으로 삼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회적 기업가가 되는 것이 박 대표의 원래 꿈은 아니었다. 평소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고 핀란드로 유학을 떠났을 때만 해도 가구나 산업관련 디자인 계통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핀란드에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 분야를 공부하게 되면서 박 대표의 진로가 크게 바뀌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지역과 사회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프리카 우간다를 처음 방문하게 된 것도 석사학위 논문을 쓰기 위한 것으로 의무적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우간다에서 어린아이들이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수 ㎞의 길을 걷는 현장을 보면서 박 대표의 생각은 크게 바뀌었다. 무거운 물통을 들고 찻길 옆을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얘기도 박 대표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아이들 안전을 위해 손이라도 자유로울 수 있게 뒤로 메는 가방을 디자인해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을 이때부터 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논문을 쓰기 위해 방문했지만 내 디자인으로 우간다 어린이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고 말했다.

좋은 일을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물통 가방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재원 마련을 위해 NGO나 기부단체 등에 도움을 청해봤지만 그들은 상수원 확보 등 더 근본적인 해결책에 집중하느라 아이들이 드는 물통 가방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회적 기업 `제리백` 박중열 대표가 제리백이 만들어 파는 여러 가방을 소개하고 있다. 제리백은 가방 하나가 팔리면 아프리카 우간다 어린이들에게 물통 가방을 하나 기증한다. 신상순 선임기자.
사회적 기업 `제리백` 박중열 대표가 제리백이 만들어 파는 여러 가방을 소개하고 있다. 제리백은 가방 하나가 팔리면 아프리카 우간다 어린이들에게 물통 가방을 하나 기증한다. 신상순 선임기자.

박 대표는 “난관에 봉착해 있을 때 누군가 신발을 하나 팔면 신발을 하나 기부하는 ‘탐스 슈즈’ 사업 모델을 소개해 줬다”며 “좋은 생각이다 싶어 물통 가방이 아닌 일반 소비자를 위한 가방 제조 사업에 바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우간다 노동자를 고용해 제리백 1호 가방을 만들고 우간다 시내에 위치한 백화점에서 판매를 시작했을 때 현지인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가방을 하나 사면 어린이들에게 물통 가방이 기증된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가방을 구입하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박 대표는 “도시에 거주하는 우간다 시민들은 도시 밖 어린이들이 식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생각보다 제리백에 대한 반응이 좋아 한 달에 50개 정도의 물통 가방을 어린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가내 수공업 형태로 가방을 만들다 보니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없는 게 문제였다. 박 대표가 한국에서도 제리백을 만들기로 결정을 내린 이유다. 현재 제리백은 국내에서 월 3,000여개 정도의 가방을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 생산을 시작하면서 제리백의 소비 시장도 우간다에서 한국 등으로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처음에는 협동조합 등에서만 판매가 됐는데 제리백을 찾는 수요가 점차 늘면서 최근에는 TV홈쇼핑 등으로 판매 채널도 확대됐다. 좋은 일을 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가방을 구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리백의 고유 디자인과 가성비 등을 보고 가방을 사는 소비자도 점차 늘고 있다.

박 대표의 올해 목표는 제리백의 미국 시장 진출이다. 규모가 큰 북미 시장에만 진출한다면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수의 물통 가방을 기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도매상들을 대상으로 제품 설명회를 열었을 때 제리백에 관심을 보이는 업체가 많았다”며 “특히 북미와 유럽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유통사 중 한 곳이 제리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입점만 이뤄진다면 올해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근 방문한 우간다에서 한 학교 관계자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고 사회적 기업가로서 또 다른 보람을 느꼈다. 가방이 없어 학교에 못 가던 아이들이 물통 가방을 학교 가방으로 활용해 학교에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는 얘기였다.

그는 “가방 하나로 당장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작은 변화는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적 기업가로서 세상에 작은 변화를 줄 수 있게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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