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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일본AV 강제 촬영 피해 급증

입력
2018.01.14 14:2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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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중심가인 시부야 교차로 모습. 이 거리에선 연예기획사들의 길거리캐스팅이 흔히 일어난다. 이중 성인물 촬영 의도를 숨긴 채 접근하는 악덕업자들도 많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일본 도쿄 중심가인 시부야 교차로 모습. 이 거리에선 연예기획사들의 길거리캐스팅이 흔히 일어난다. 이중 성인물 촬영 의도를 숨긴 채 접근하는 악덕업자들도 많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최근 새해 연초부터 ‘아오이 소라’라는 일본 성인비디오(AV) 여배우 이름이 한국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도배한바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깜짝 결혼발표를 한 것인데, 뉴스 자체도 그렇지만 이를 떳떳이 공개하는 일본문화가 새삼 눈길을 끈 것이다. ‘중일관계가 나빠도 중국에서 일본 성인비디오 인기는 상상을 초월해 양국관계를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일본 AV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우리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이들 배우들의 공급체계 실상은 어떨까.

일본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대책을 골몰할 정도로 사기와 협박, 출연강요에 따른 여성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AV촬영에 동의하는 확인서를 쓰도록 여고생을 협박한 혐의로 오사카(大阪) 경찰에 체포된 A씨(48)는 ‘아이돌처럼 촬영한다’‘보수는 1일 5만엔(약 50만원)’ 등을 선전하는 사이트를 개설하는 방식으로 미끼를 놓았다. 한 여고생이 시즈오카(靜岡)현에서 도쿄로 상경해 시부야(澁谷)에 있는 스튜디오를 찾았다. 각종 유니폼과 수영복 촬영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수위가 높아져 여고생은 끝내 울음을 터뜨리고 남성은 ‘내 의지대로 촬영했다’는 확인서를 쓰도록 했다.

이 남성은 18, 19세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200여명을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촬영 후 지급된 액수는 1회에 수만엔(수 십만원). 여성 촬영자들은 “귀찮은 일이 생기면 전부 내 책임”이라고 적힌 확인서에 이름과 주소를 쓰고 신분증을 들고 사진촬영을 해야 했다. 성인물인 줄 알고 출연을 거절했다가도, 위협 때문에 결국 촬영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피해자지원단체 ‘라이트하우스’엔 심각한 상담건수가 2016년 한해만 100건이 넘는다. ‘성인비디오 대국’인 일본에서 2012년에는 1건에 불과할 만큼 피해 사실이 음지에 묻혀왔지만 2014년 36건, 2015년 62건 등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상담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여성이 대부분이다. 가족과 학교에 알려질까 불안해 잠을 못 자거나, 자살을 암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연예계 스카우트를 가장한 업자들은 처음엔 AV인 점을 밝히지 않는다. 일단 사무실에 들어가면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서명이 끝나면 성행위 촬영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거부 시엔 거액의 위약금을 요구 받거나 “부모에게 폭로한다”는 위협이 뒤따른다. 결국 영상이 출시되면 피해자들은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해 6월 세계인신매매 보고서를 공표하면서 일본의 AV출연 강요문제를 처음으로 거론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인권후진국이란 오명까지 뒤집어 쓰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즉각 내각부와 경찰청에 대책회의를 설치해 피해방지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와 교수들에 의한 제3자 기관 ‘AV업계 개혁추진 전문가위원회’도 발족돼 업계 스스로 투명한 조건의 계약원칙을 만들도록 압박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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