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아파트 경비원들의 부당 해고 소식이 잇따르는 가운데 울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관리비를 스스로 인상하고 경비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도록 해 화제가 되고 있다.
232가구가 거주하는 울산 중구 태화동 주상복합아파트 리버스위트에는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입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액이 늘게 된다는 내용과 함께 경비 미화원들의 임금 인상에 관한 안내문이 걸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부득이하게 관리비를 인상하게 돼 2가지 안으로 입주민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해당 투표안에는 올해부터 적용된 최저시급 7530원대로 급여를 인상하는 방안과 휴게시간을 1시간30분 늘리고 근무자 인원수를 조정한다는 방안이 담겼다.
입주민 투표 결과 급여를 인상하자는 의견이 68%였고, 6명의 경비원과 미화원들은 근무시간 조정이나 인원변동 없이 일자리를 지키게 됐다. 주민들은 매달 9000원 가량의 관리비를 더 내야 하지만 '비용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뜻을 모은 결과다.
리버스위트 박금록(69) 주민자치회장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 인상 또한 불가피했다"며 "입주민 입장에서 관리비 부담이 커지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서로 공존 할 수 있는 방안이 된 것 같다"며 "경비원분들도 공동체의 한 일원이기 때문에 상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주민들의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주민자치위 관계자는 "최근 서울 압구정동 구현대아파트 입주민대표회의가 경비원 94명을 해고한 일을 두고 시가가 수십억원 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월 몇 천원 추가 부담이 싫어서 경비원을 해고한 게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이 정도 부담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박달서(63) 경비조장은 "입주민들께서 경비원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해주셔서 고마운 마음이고 힘이 난다"며 "주민들을 돕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조금이라도 더 주민들에게 안전함과 편리함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민투표에 참여한 김다은씨(31 여)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임금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가구당 몇 천원도 되지 않는 관리비 인상액 때문에 열심히 일해오신 분들을 해고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경비원분들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비싸지도, 아깝지도 않다"며 "묵묵히 일해주시는 경비원분들께 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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