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아냐”… 실수로 경보 발령
불안 확산… 당국 진상조사 착수

미국 하와이주에서 13일(현지시간) 탄도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는 위협경보가 발령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을 빚었다. 주정부와 군 당국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7분 하와이 주민과 관광객들은 일제히 “하와이를 향한 탄도미사일 위협. 즉시 대피처를 찾아라. 이건 훈련이 아니다”라는 비상경보 문자메시지를 휴대폰으로 받았다. 하지만 13분이 지난 뒤 하와이주 비상관리국(HEMA)은 “미사일 위협은 없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미 국방부와 태평양사령부, 언론도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어떠한 위협도 없다고 밝혔다.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경고문을 잘못 보냈다”는 글을 올렸다.
당국의 오경보 정정은 10여 분만에 나왔지만 하와이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정거리에 들고 지난달 핵 공격 대피훈련까지 실시된 이후 나온 터라 놀란 주민과 관광객들은 급히 몸을 숨겨야 했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잇는 등 섬 전체가 들썩였다.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미프로골프(PGA) 소니오픈에 참가한 선수들도 잘못된 경보에 놀라 황급히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주말을 보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백악관 측은 전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오발령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으며, 야당인 민주당은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달 1일 하와이에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주민대피 훈련이 처음으로 진행됐다. 주정부 비상관리국이 주관한 이 훈련은 지난해 11월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전에 기획된 것이지만,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북핵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 전역에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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