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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천 화재’에서 드러난 소방당국의 참담한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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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천 화재’에서 드러난 소방당국의 참담한 무능

입력
2018.01.12 19:3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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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는 소규모 소방서의 인력과 장비로는 막기 어려웠던 불가항력의 재난이 아니었다. 건물주의 소방시설 안전관리 부실에 소방구조대의 초기 대응력 부족이 맞물려 빚어진 인재라는 게 소방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다. 특히 초기 대응 부실의 이유가 현장 지휘관들의 판단 능력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참담하다. 소방당국은 무거운 책임을 느껴 마땅하다.

합동조사단 발표 내용을 보면 당시 2층 여성 사우나에서 119상황실에 세 차례 구조를 요구하는 신고전화가 걸려 왔다. 하지만 상황실은 이런 사실을 무선이 아닌 휴대전화로 현장팀장에게 전달했다. 재난현장 표준 절차상 지시는 무전을 우선하도록 한 원칙을 어긴 것이다. 게다가 현장팀장은 구조대원들에게 이를 알리지도 않았다. 만약 상황실이 무전을 통해 현장 소방대원 다수가 내부 상황을 공유했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현장팀장이 소방대원들에게 정보를 알렸다면 논의를 통해 2층에 신속하게 진입하는 방안을 찾았을 것이다. 결국 늑장 구조로 2층에서 20명의 아까운 인명이 희생됐다. 재난 발생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무능과 무책임의 결과가 너무도 크다.

초기 지휘를 맡았던 간부도 지휘 역량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LPG탱크 폭발 방지 등 눈앞에 노출된 위험과 3층 난간에 매달린 시민 구조에만 집중해 건물 뒤편에 있던 비상구를 통한 진입이나 유리창 파괴를 통한 내부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동안 소방당국은 백드래프트(급격한 공기 유입으로 화염 유발)를 우려해서라고 했으나 조사단은 그게 아니라 ‘지휘 역량 부족’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현장 구조의 필수인 굴절차는 조작자의 훈련이 불충분해 응급조치에 익숙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말만으로는 덮을 수 없는 명백한 현장 대처 실패다.

합동조사단은 충북소방본부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징계만으로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인력과 장비의 신속한 보강과 함께 방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소방관들의 체계적 실전 훈련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현장 대처 능력은 평소의 철저한 반복 훈련과 교육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수많은 안전사고에서 확인돼 온 것처럼 매뉴얼이나 규정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갖춰져 있다. 문제는 실제 상황에서 이를 이행할 수 있느냐다. 소방당국은 제천 화재참사를 면밀히 복기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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