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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만경봉호 타고 평창 오면 어쩌나”… ‘대북제재 역행’에 딜레마 빠진 정부

입력
2018.01.12 16:4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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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北이 육로로 오길 희망

만경봉호로 속초 입항 고집 땐

독자제재 일시적 완화도 검토

통일부, 北에 15일 실무회담 제안

북한 나진-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운항 화물여객선 '만경봉호' [러시아 해운사 제공=연합뉴스]
북한 나진-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운항 화물여객선 '만경봉호' [러시아 해운사 제공=연합뉴스]

정부가 북한 대표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이동 경로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북측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타고 왔던 만경봉호를 택할 경우 대북제재 역행으로 비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 대표단의 이동 루트 등을 확정할 남북 간 실무회담을 15일 개최하자고 12일 북측에 제안했다.

일단 정부는 북측이 해로보다 ‘평양-개성’ 루트 등 육로를 먼저 제안해오길 기대하는 눈치다. 500명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대표단의 육로 이동 자체가 평창올림픽을 통한 한반도 해빙이라는 정부 목표와 맞아 떨어지는 측면에서다.

북한이 만경봉호를 통해 속초항 등으로 입경하는 루트를 제안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9,700톤 규모의 만경봉호는 내부에 식당 및 영화관, 오락실, 목욕탕까지 갖추고 있어 남측의 도움만 받으면 올림픽 기간 내내 북한 대표단이 체류할 수 있다. 특히 대표단이 남측 자본주의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민감해 하는 만큼 만경봉호가 여러모로 북측에게는 편리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문제는 만경봉호를 통해 입경할 경우 대북제재 역행 내지는 위반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점이다. 박근혜정부 당시인 2016년 12월 정부는 대북 독자 제재안을 전격 발표하고 북한 선박의 영해 진입과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의 국내 항구 입항을 1년간 금지했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만경봉호를 택할 경우 남측이 곤란해진다는 것을 북측도 잘 알고 있는 만큼 북측이 구태여 남북 간 해빙무드를 먼저 깨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반면 북한이 오히려 만경봉호를 고집해 남측을 시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남북 간 해빙무드를 활용해 대북제재를 이완하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라면 제재 저촉 소지가 있는 이동 방법을 제의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과의 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정부 독자제재를 일시적으로 완화 또는 유예시키는 방안도 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북한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을 15일 오전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자고 제안했다”며 “천해성 통일부 차관 등 3명의 대표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실무회담에서 북한 대표단 규모와 이동 경로, 숙소, 경비 문제 등을 협의한 뒤 이를 토대로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리는 남북체육회담에서 대략적 논의를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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