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10대 소녀가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 블링은 특정인을 온라인상에서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를 말한다.
12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북부준주(NT)에 사는 14살 소녀 에이미 에버렛은 지난 3일 온라인상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명 ‘달리(Dolly)’로 불린 에이미는 8년 전 호주 모자 브랜드 아쿠브라(Akubra)의 모델로 호주 농촌 상징인 카우보이식 모자를 쓴 깜찍한 모습으로 크리스마스 광고에 등장해 유명세를 탔었다. 그만큼 호주인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호주 경찰도 에이미의 죽음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에이미의 부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이버 불링과 정서적 불안, 우울증, 청소년 자살 등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단체도 꾸렸다.
캠페인 소식은 SNS상에서 빠른 속도로 퍼졌다. 비슷한 경험을 한 가족과 유명인 등으로부터 지지도 쏟아졌다.
먼도 페이스라는 페이스북 이용자는 “나의 조카도 달리와 같은 문제를 겼었고 지금 20살이 됐지만, 상처는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2년 전 비슷한 문제로 14살 아들을 잃은 쿠엔틴 피어슨은 일간지 디 오스트레일리언과 인터뷰에서 “사이버 불링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가해자들을 더 주목해야 하고 법 정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에이미의 아버지인 틱은 페이스북에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이용돼야 하는 지, 또한 어떻게 이용돼서는 안 되는지에 대한 사례가 됐다”며 “다른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달리의 삶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도 전날 아쿠브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모로서, 또한 할아버지로서 달리와 그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며 “온라인상이든 오프라인이든 괴롭힘을 줄일 수 있는 모든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에이미는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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